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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프리 허그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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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9 16: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그’ 는 반갑거나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 중 하나다.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단어이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날마다 행복하다는 표현보다 바쁘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산다. 무엇을 위하고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바쁘게 가는 건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감정과 느낌도 자연 무뎌진다. 점점 팍팍한 마음이 안타까워 이번 상담 행사주간으로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함께하는 프리허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Free Hugs Campagn’은 제이슨 헌터라는 사람이 “그들이 중요한 사람이란 걸 모든 사람이 알게 하자”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영감을 받아 2001년에 시작한 캠페인으로, 포옹을 통해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함이었다. 포옹을 하는 순간에는 긴장감도 풀리고 침착해지라는 메시지가 뇌에 전달되어 스트레스 호로몬인 코로티솔수치가 떨어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이뿐인가.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촉진시켜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지 않은가. 우린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점심시간과 상담시간을 이용하여 캠페인 전날까지 피켓을 만들었다. “You의 지친 마음을 안아드립니다”, “토닥토닥 프리허그” 등 따뜻한 문구를 넣고 캠퍼스에 색한지로 문양을 붙이니 한 폭의 시화전 같았다. 
 
상대방에게 안기고 또 안아준다는 것은 정겨우면서도 참 쑥스러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였고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두 손을 잡고 기뻐했고 선뜻 포옹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교문에서 적당히 아는 사람과 아니 친하지 않은 사람과 포옹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다 모임에 가서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가 오고가면 어떤 분은 미국식으로 인사하라고 우스개도 하지만 포옹이 우리 정서에는 아주 자연스러울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잘못하다가는 상대방이 싫은 감정을 표현하려 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현실사회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번행사를 진행하면서 그 어색하고 쑥스러울 것만 같은 포옹이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또래상담자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교사들과 학부모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안아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 모습이 모두 진지해 보였다. 펴놓은 자리라 그런지 쑥스러운 듯 와서 안기는 아이, 덥석 와서 안기는 아이, 학부모와 교사 간 안아주기도 하고 안아주려고 팔을 벌리면 도망치는 아이와 그 아이를 쫓아가서 결국 안고 뒹구는 선생님이 있어 아침 등굣길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프리 허그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유도 필요 없었고 어떤 상황이나 자격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진심을 다하여 따뜻한 프리 허그면 되니까.
 
누군가를 포옹하고 받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는 가끔 말하기를 모 선생님은 자신을 무척 차별을 한다고 한다. 차별을 어디 선생님만 하겠나. 아이들은 참을성도 많지 않다. 친구에게 배려심도 부족하고 인내심과 분노와 불안 같은 감정조절이 아직 잘 안 되는 애들인데 제멋대로 행동할 땐 어디 사랑스러울 수만 있을까. 질풍노도기, 과도기이며 몸이나 마음 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제 2탄생기이기도 한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이 어찌 예쁘기만 하겠는가. 그렇다 치니 나 또한 차별 아닌 차별을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이번 안아주기 행사에서 말로만 하기보단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맘껏 표현해주고 싶었다. 내 맘을 믿든 안 믿든 온 마음을 다해 안아주었다. 나의 포옹으로 인하여 닫혀있는 한 아이 마음이라도 어루만져줬다면 참 좋겠는데. 
 
짧은 등교시간을 이용하여 진행하였지만 마음이 힘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준 프리 허그였길 기대해본다.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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