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차림도 간소화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종류도 전통적 예법만 따지기보다 가족이 즐기는 음식 위주로 간편하게 장만한다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달라지는 풍습이다.
차례를 지내는 장소도 종갓집이나 장남의 집에서 가족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다양한 곳으로 바뀌고 있다.
몇 년 뒤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음식을 장만하는 집이 드물어 질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로부터 차례상에 기본적으로 오르는 음식은 대추, 밤, 감, 배, 사과, 포도, 전, 명태포, 조기, 시금치, 도라지, 콩나물, 고사리, 숙주나물, 문어, 오징어, 탕, 떡 등이다.
나물은 3색이 기본이다. 3이란 숫자는 홀수로 길하기 때문이다. 콩나물·숙주나물 등 곡물에서 길러낸 집나물, 시금치·무 등 들나물, 고사리·도라지 등 산나물을 올린다.
하지만 요즘 주부들은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바나나, 망고, 키위 같은 외국 과일들로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피자, 치킨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
대형마트의 가정간편식 제품들도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별도로 마련된 냉동 명절 음식 코너에는 모듬전과 오색전 등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산적·전·부침류와 함께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국·탕류의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며, 식구가 많지 않거나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소비자 패널 5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 18일 발표한 ‘2017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 소비출하 및 가격 전망’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소비자는 지난해보다 감소한 71.2%로 조사됐다.
그 가운데 예법에 따라 차리는 소비자는 35.1%로 지난해보다 12.5%p 줄었다. 반면 간편하게 구색만 갖추거나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차린다는 비중은 지난해 보다 각각 35%, 19.3%로 증가했다.
차례라는 것이 본래 조상을 기리는 날이지만, 추석 등 명절의 의미가 차례를 지내는 전통보다 가족단위로 친목을 도모하거나 얼굴을 보는 날로 변화하고 있다.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의 종류나 놓여있는 위치 보다는 차례가 끝나고 가족이 모여 차례 음식을 먹으며 복을 나누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면서 추석 명절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