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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동행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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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0.17 16: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금요일, 여성회관에서 무료 급식을 하는 날이다. 우리 단체 회원들 모두 봉사를 하며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한다. 요구르트와 젓가락을 드리면서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은 한번이나 우리는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인사를 하자니 수십 번을 되풀이하게 되므로 수월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반응이 오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같으면 잘 먹겠다든지 하는 인사를 하겠지만 모두가 묵묵부답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식사를 제공해 주는 사람에게조차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싶다. 연민도 연민이지만 인간의 생로병사를 한눈으로 보는 느낌이다. 늙고 병들면 다들 저렇게 초연한 얼굴로 바뀌는가 보다. 오전 내 독거노인에게 보낼 반찬 포장하느라 짜증스러웠던 마음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난다. 이번 주는 내가 소속된 단체가 봉사 담당인데 유난히 어르신들이 많았고 여러 사람을 시중들다 보니 또 그만치 힘들었다.
 
솔직히 그 동안은 봉사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전까지 내게 봉사의 개념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의 부유층 사모님들이 메스컴을 통해서 하는 봉사나 죄 값을 대신해 치르는 봉사 정도로만 생각했다. 또 작은아이 고등학교 다닐 때 자원봉사 인증제에 따른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 하는 것을 보면서 ‘자발적이면서 보상이 따르지 않아야 진정한 봉사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소비자교육 음성군지회장을 맡게 되면서 ‘봉사’라는 단어를 새삼 정립하고 있는 단계다. 여성단체에 소속되면서 봉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봉사는 집에서 할 일 없는 사람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마음도 바뀌었다. 자의든 타의든 봉사 시간을 먼저 배려하니 부족한 시간도 쪼개 쓸 수있게 되었다. 우리 회원 중에 독거노인들에게 반찬배달을 하는 분이 계시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반찬배달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어떤 할머니는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라고 청한다고 했다. 혼자 사시는 외로움을 알기에 들어가서 같이 차도 마시며 말벗도 해드린다고 했다.
 
또 한 번은 할머니 댁을 방문했더니 앓고 계셔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해서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고 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기다리고 계시다가 얘기를 하셔서 민원을 해결해 주었다는 얘기까지 했다.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 지를 알 수 있거니와 아직은 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앞으로 점점 진정한 봉사의 참맛도 알게 될 것 같다.
 
봉사의 의미는 다양하게 변화하여 왔다. 그 옛날에도 봉사 차원의 행사는 많았다. 흉년이면 임금에서부터 정경부인에 이르기까지 금반지와 옥비녀와 노리개 등 패물을 내놓고 곳곳에 솥을 걸어 노약자와 양민을 대접했다. 대대적으로 해 봤자 죽 한 그릇 정도밖에 차례가 오지는 않았겠으나 그 한 그릇 먹어서 배부른 게 아니라 춥고 헐벗을 때 도움을 받는 그 사실에 더 많은 힘을 얻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주민들의 복지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관과 주민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는 수적으로는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 참여자 만족도 면에서는 낮아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낮아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나게 즐기면서 봉사를 하자는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로 자원봉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뭐가 되었든 자원봉사는 만족도를 높여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숙제일 듯하다. 하여 모두 함께 동행한다면 우리 지역사회도 더 밝은 내일이 되리라.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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