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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뇌관 터뜨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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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1 17: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최근 일제히 급등하면서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은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한 달 동안 평균 0.34%포인트 올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금리 인상이 사회적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불붙은 금리상승세는 대출자들에게 이자 폭탄이 될 우려가 커졌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급등한 것은 조만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인상 속도와 폭이다.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대출금리의 급등은 경제에 충격을 주고 취약계층의 고통을 키울 우려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부터 직격타를 입으면서 한계가구 부실화, 부동산 거품 붕괴,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달 2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에, 집값 하락까지 맞물리면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대출금리가 1.5% 오르면 보유자산을 팔아도 사실상 빚을 갚기 힘든 ‘고위험가구’가 6만 명 이상 증가하고 이들의 금융부채도 14조6000억원이나 증가한다고 한다. 특히 3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1인당 1억6000만원씩의 부채폭탄을 떠안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에게 금리 인상은 그야말로 폭탄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부도 위험이 높은 곳은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지난 6월 말 160만 명이 521조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40조원 이상 증가했다. 1인당 3억 원이 넘는 액수다. 자영업은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은 업소가 5곳 중 1곳뿐일 정도로 생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내수경기 침체 속에 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우려가 높다.
 
미국이 2008년 말부터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풀어준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국면에서 한국만 연 1.25%의 초저금리 상태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대로 연내에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면 한·미 간에 금리가 역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자본유출 위험이 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 해도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저금리 체제에 익숙한 기업과 가계가 금리 인상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기관들은 금리가 오를 때 더 많은 부담을 대출자들에게 지우기 일쑤다. 아직 기준금리는 동결상태인데도 금리를 올리는 게 그 증거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성패가 시중은행의 여신 금리에 대한 관리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은 긍정적이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거치면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성공한다면 빚에 짓눌렸던 소비가 되레 살아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막다른 데 몰린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저소득자, 한계가구의 타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모든 위험이 그렇듯이 가장 취약한 곳에서 일이 터지게 마련이다. 
 
들썩이는 금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내수와 수출 확대를 위한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가계와 기업을 연착륙시키는 게 올해 말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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