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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어른들이 먼저 바르게 변해야 한다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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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1 17: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최근에 참으로 해괴망측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어금니 아빠’ 사건을 비롯하여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성 상실과 엽기적인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청소년 범죄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부분을 보고 그대로 답습, 모방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어 더욱더 염려가 된다.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가정과 학교·사회에서 모두 장려되고, 인간의 전인적 발달을 고려해 장기적 차원에서 계획되어야 하며, 다양한 사회적 기반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세 가지를 인성교육 기본 방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학교에서도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정립시키기 위한 인성교육활동을 학교마다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교육 활동하면 학교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교수·학습활동을 머리에 떠 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교육(배움)활동은 심한 경우 꿈속에서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생활 전반에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육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잠재적 교육의 영향이 막대하다고 본다.

학교에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과 교육감이 제시한 지침에 따라 해당 학교의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마련한다. 이렇게 학교 실정과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수립한 교육프로그램을 학교교육과정이라고 한다. 학교교육과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면, 장차 학습에 지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창의성과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부모·학생과 약속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함은 물론이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의미 있고 질 높은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제공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항상 고민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대부분 문서로 작성되어 운영되며 이렇게 문서화된 교육과정을 교육학에서는 명시적 교육과정(표면적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빙산에서 보이는 윗부분에 해당된다.

그러면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에 해당하는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면 밑으로 거대하게 형성된 빙산과 같은 교육 활동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행동 양식, 학교의 교풍, 가정이나 사회적 환경, 지역사회 문화, 매스 미디어 등을 통하여 의도하지 않게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은 교육하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주변 환경으로 인해 은연중에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한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명시적 교육과정인 교과나 특별활동을 통하여 베우는 것보다 이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 학생의 장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성교육에서는 사회활동을 하며 답습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명시적 교육과정보다 훨씬 강력하며 길게 유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인성과 인격을 기르는데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잠재적인 교육과정 중 답습이다. 답습은 전부터 해 내려오거나 있던 방식이나 수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따라 함을 의미한다.

교통 규칙을 지키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답습했던 것은 옛일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인터넷, 종편방송 등 대중매체의 발달로 수많은 이슈화된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 등이 24시간 방송되고 노출된다. 가치관 형성단계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내면화할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모두 천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눈망울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앵두 같은 입술이 꽃보다 더 예쁘다. 그런 아이들의 입에서 저속한 말이나 상스러운 욕설이 망설임 없이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분명 학교나 가정에서는 고운 말, 예쁜 말을 쓰라고 열심히 지도했지, 욕설이나 저속한 표현을 하라고 결코 지도하지 않았다. 이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잠재적 교육과정의 하나인 답습의 영향이다.

기성세대가 먼저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을 갖춰 모범을 보일 때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인성 또한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며 먼저 바르게 변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밝아질 수 있다.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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