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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예술가들의 콜라보레이션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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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2 17: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상희 피아니스트

 예술가의 마음은 항상 뜨겁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예술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다년간 훈련을 하고, 혼자만의 컴컴한 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세상 밖의 빛을 보려는 찰나, 많은 이상과 기준들의 혼란 속에서 그래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지켜내기 위해, 혹은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의 눈동자 속에 어려있는 고독과 투지와 인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각 분야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대전문화재단에서 마련한 DNA Project. 풀어서 말하면 Daejeon New generation Artistar Project. 이 재단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에게 어떤 무엇이든 좋으니 협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면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신선한 제안이다. 통상적으로는 위험성이 적은 분야에 지원을 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실험적인 무대를, 예술가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하겠다는 다소 의아한 제안이었다. 물론, 사업 선정을 거치는데 많은 심사 단계를 거쳤고, 자문위원의 비수 같은 쓴 소리도 들어야했다.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배경은, 대부분 그 분야에 국한되어 깊고도 좁은 터널을 걸어가게 된다. 물론, 그런 집요하고도 정제되어있는 길을 걷지 않았다면 그 분야의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없을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한 길에 갇혀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거나, 그 세상에 갇히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의 예술만이 최상위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나, 입지를 위한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남겨지는 경우도 많다. 답습과 계승이 이어지던 시대에는 가능한 예술가적 삶이 현대에는 변화와 탐색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수라 불리는 순수한 지경에서의 예술 말고도 다양한 예술의 행태가 존재한다. 그들은 부딪히고 섞이면서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순수 예술의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매우 새롭게 창작하려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적 인지와 감상을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경계를 허물어, 아티스트 본인의 감각에 충실한 무엇인가를 표현해내려는 의지이다.

모든 기본에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가 탄탄한 기본이 되어 시너지 효과 혹은 매우 새로운 어떠한 것을 쏟아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예술가적 희열은 매우 극대화 된다. 예술이라는 것이 원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인데, 너무나 기존의 마스터 피스에만 국한되어 평가를 고착시켜버린 것은 아닌지, 감상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관점은 아닌가 한다.

형체가 없는 일을 하는 예술가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하는 외로운 싸움에서 존재하는 예술가들의 열정은 인간이 가장 인간답고 싶어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구에 닮아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와 표현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다. 조금 더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예술가들의 외로운 혹은 처절한 몸부림이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싶다.

그들이 걷는 길에서 얻은 생각과 표출되는 형태의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한 어떠한 것. 이 시대의 예술이라는 것을 정의 할 수 없는 요즘, 콜라보레이션 활동은 필요에 대한 발로가 아닐까.

이러한 움직임은 단절되어있는 장르와 예술가들의 교류와 소통의 기회가 되고, 앞으로의 예술가적 활동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며, 그 문화와 살아가는 우리들의 새로운 공유가 될 것이다.

다소 고집스러운 세상에 있었던, 하지만 열기로 뭉쳤던 아티스트들은 이 DNA 프로젝트를 통해 대단히 실험적인 무대를 꾸렸다. 독자적인 활동으로 인정을 받았던 차세대 아티스타 출신의 예술가들이 혼자가 아닌 예술의 융합을 위하여 기획부터 구성까지 스스로 수많은 회의와 리허설을 거듭하여 새로운 장르와 작품, 무대를 만들어냈다.

서로 자신의 장르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고 납득시키며, 조화를 위해 복잡한 단계를 거쳐 재작업을 해야하는 일이 빈번했다. 조율이라는 작업이 사실상 가장 예민하고 까다로울 터인데 이번 아티스트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용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콜라보레이션이 가져다주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는 허무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도전을 주저했었다. 하지만 서로의 장르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졌던 무모하게도 보였던 도전 정신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아티스트들에게 주는 결과는, 보여 지는 그 무대가 전부가 아니다. 파생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과 깨달음, 또 다른 도전에 대한 희망은 그 어떠한 경험보다 값진 것으로 남겨질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재단의 응원과 예술가를 적극 지원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로서 매우 고마운 프로젝트였다. 실험적이고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기획이나 제도가 더욱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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