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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황인호 대전시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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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6 16: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황인호 대전시의회의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면 퍼뜩 어릴 적 숨바꼭질 놀이를 연상한다.

술래가 벽을 보고 이 구호를 외침과 동시에 술래의 뒤에서 다가오는 적을 잡아낸다. 적은 소리없이 다가오지만, 술래는 앞부분의 구호를 천천히 읊다가 교묘하게 뒷부분의 구호를 빠르게 소리치며 뒤를 보아 움직이는 적을 색출하여 술래 뒤에 포로로 잡아둔다.

술래가 적을 모두 잡아 포로로 만들면 놀이는 끝난다. 하지만 적도 만만치 않다. 술래 몰래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여 술래에게 잡힌 동료들을 구출하고자 한다. 군대식으로 보면, 한 사람의 경비병이 많은 적들을 상대로 쫓고 쫓기는 모습과 유사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숨바꼭질 놀이는 1993년 김진명에 의해서 섬뜩할 정도로 강하게 소설로 태어났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공석하의 소설 ‘핵물리학자 이휘소’를 바탕으로 쓴 김진명의 소설은 300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한반도를 강타하였다.

제4공화국 시절 박정희가 분단국가에서 핵무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당대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이휘소를 통해 핵개발을 하려다가 강대국의 공작에 의해 이휘소가 죽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전쟁을 업보처럼 걸머지고 살아온 수천년의 우리 역사에서 강해지기 위한 자구책으로 항시 등장하는 핵무기 개발, 이를 견제 감시하는 주변 열강들의 자국실리주의에 옴짝달짝 숨쉬기 조차 어려울 지경의 약소국의 외교적 어려움, 극단적으로는 노벨물리학상에 버금갈 정도의 인물도 국제정치권의 희생양이 되고 말수 있음을 일깨웠다.

이 과정에서 벼랑 끝에 선 한반도에 박정희와 이휘소가 애국자로 부각되는 것은 논외로 치자. 왜냐하면, 실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이휘소는 핵개발과 박정희 독재정권을 몹시 비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둘간에 나라를 위하여 핵개발을 하였다는 것도 픽션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로서도 핵무기의 제작원리가 그리 큰 비밀이 아니었고, 다만 언제든 할수 있는 경험적인 시행착오가 따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휘소 한 과학자에만 의존할 이유도 없다는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이 소설과 영화에서 술래가 우리나라인지 주변 열강인지는 분명치 않다. 얼핏 생각하면, 우리가 술래여서 주변 열강들이 술래 몰래 스물스물 다가오는 듯 하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술래인 주변 열강들 몰래 우리가 핵무기를 향해서 술래에게 다가가는 듯 하기도 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올해 들어 안방극장으로 파고 들었다. KBS1 TV에서 현재 상영중인 이 드라마는 20% 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인터넷 관심도에서 국내 드라마 부문 12위를 차지한다.

경찰지구대에서 일어나는 생활밀착형 사건사고를 통해 세태풍자를 보여주며, 흙수저 출신의 무궁화 순경이 갑질들의 시련을 상쾌하게 날림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불끈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드라마 저변에는 가족애와 인간애, 그리고 아무리 누가 뭐래도 사회에는 따스한 정의가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이 드라마에서는 술래가 다름아닌 무궁화 순경임이 틀림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대전역세권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문체부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공모를 거쳐 당선된 이 사업은 수십년째 방치된 기존의 역세권 개발이 난항을 겪자 고육지책으로 대전시가 마련한 것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작가 황혜진 미술가를 비롯한 청년 미술인들이 허름한 역전시장 끄트머리 창조길의 철공소거리와 정동 역전길의 쪽방촌 10만제곱미터의 한켠에 둥지를 틀고, 원주민들과 작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올해 6월부터 시작하여 내후년 말까지 3년 연속사업으로 소요예산이 19억원이다.

지극히 노후화된 골목에 사시는 어느 할머니가 ‘하나 봐라, 하나 봐라’ 하고 힐난을 하시더니, 막상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까 ‘되나 봐라, 되나 봐라’ 하고 또 투정을 부리신다. 옆에 계신 다른 할머니가 너무 오래 속아 살아서 그런다며 대신 양해를 구하신다.

과거 30년전에 대전역세권이 영등포역세권과 너무도 흡사했다. 여인숙을 포함한 쪽방촌, 철공소거리, 재래시장 등….

그러나 영등포역세권은 대전과 달리 상전벽해되었다. 대전시도 역세권르네상스를 한답시고 무려 4차례나 주민설명회를 했었고, 10년전에 재정비촉진사업 시범지구로 지정하여 말 그대로 촉진되는줄 알게 하였다.

당시 발표대로라면 2년 전인 2015년까지 인구 1만6000여명이 입주하는 대단위 아파트와 문화시설이 들어섰어야 했다. 그동안에 철도기관 청사 쌍둥이 빌딩만 들어선 채 요지부동이다. 그야말로 술래가 잡을래도 움직이는 기척이 없다.

견디다 못해 대전시가 2014년부터 내년 말까지 860억원을 들여 신안로길과 삼가로길을 확장하거나 개설하고 507억원을 들여 2020년 말까지 동광장길도 뚫을 예정이다. 여기에 코레일에서 공모하는 복합2구역 판매시설 민자유치와 복합환승센터 건립, 국토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삼성4구역 공동주택 건립이 이루어지면 동광장쪽은 상전벽해가 된다.

대전역 서광장에 무궁화 꽃이 피어난다면, 뇌리에서 잊혀졌던 역세권르네상스 시대가 동광장에서 열리기라도 할는지….

황인호 대전시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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