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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교통사고로 변비가?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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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7 16: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자동차 사고 한 번 쯤은 다 당해보셨죠? 피해자가 되어본 분도 있을 것이고, 가해자가 되어본 분도 있을 거에요. 오늘은 자동차 사고로 생길 수 있는 증상들과 원인,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근육통이지요. 특히 후방추돌로 인해서 발생한 경우는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그대로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몸은 앞으로 쏠리면서 경추를 중심으로 두개골이 전후로 심하게 흔들리게 됩니다. 다발성 경추 염좌가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경항부의 극심한 근육통이나 더 심한 경우에는 팔까지 내려오는 방사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비틀어져 있을 경우에는 요추를 중심으로 꽈배기처럼 몸이 순간 꼬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상하려는 움직임으로 허리를 중심으로 한 극심한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마찬가지로 다리까지 그 통증이 방사되기도 합니다.

팔로 통증이 방사되는 경우, 다리로 통증이 방사되는 경우는 추간판의 손상으로 인한 신경염이나 신경 포착과 혼동되기도 하지요. 치료가 아주 어려워 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차라리 이런 경우는 통증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도 있고 인과관계도 명확해서 인정받기 쉽지만 그 이외의 증상들은 표현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억력 감퇴와 불면, 그리고 변비입니다. 아니 어떻게 교통 사고로 이런 증상이 생기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어렵다고요. 한의학적으로는 순간적인 큰 충격으로 혈액 순환 부전이 발생하면 혈어증(血瘀症), 흔히 어혈(瘀血)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 어혈의 개념이 참 어렵기도 하고 너무 광범위해요. 자, 이렇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현상을 분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분석할 수도 없었고요. 현상 자체를 그대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매에 맞거나 충격으로 생기는 현상을 ‘어혈’이라고 명명하자” 라고 한 거에요. “아니, 그게 왜 어혈이에요?” , “어혈이 뭐에요?” 라고 질문할 필요가 없는거죠. 그 현상 자체를 어혈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몸을 상 중 하 세 군데로 나누어서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 라고 하는데요, 각 부위에 발생한 어혈증을 각기 다르게 치료했던 것입니다.

그 중에 상초에 어혈이 있는 경우는 주로 불면, 기억력 감퇴, 자율신경실조증, 기타 심신증과 비슷한 증상으로 분류했습니다. 중초에 어혈이 있는 경우는 만성적인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역, 구토, 복통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초에 어혈이 있는 경우는 변이 검어지거나 변비, 소변빈삭, 발광(發狂)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자, 보세요. 상중하초로 혈어증을 나누었을 때 근육통을 제외한 나머지 증상들이 이해가 가시나요? 외상으로 인해서, 충격으로 인해서 위의 증상이 생겼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증상입니다” 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한의학적인 문헌 근거가 없었다면 과연 사고 후유증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반대로 “근육통이나 다른 통증이 없으니 사고 후유증은 이제 다 끝났나보다. 아, 근데 자꾸 이상하게 변비가 안 없어지네?” 이런 경우는 아직 치료가 덜 된 거예요. 참으로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보험 사기가 많아서 가짜 환자도 가끔 있기 때문에 걸러 내긴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도 꽤나 많이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어혈증은 사실 교통 사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혈증이라는 것이 외상이나 낙상,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 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외상이 있은 후에 평소와는 다른 증상들이 보일 경우에는 전문가와 꼭 상의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염두해 둬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한 어혈증 등은 평소에 앓고 있던 질환이나 몸의 이상 상태와 꼭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다 차치하고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평소 하루에 5시간도 못 자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 교통 사고가 난 경우와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 담배는 아예 안 하는 사람이 사고가 난 경우, 어떤 경우의 예후가 좋을까요? 당연히 후자겠지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고로 인한 외상의 경우 타박상 찰과상 등의 손상을 제외한 내과적인 증상이나 이차적인 합병증 등은 기존의 증상과 결코 단정지어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더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꼭 전문가와 함께 꼭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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