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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아동 호스피스에 대하여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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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12 17: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또 한해가 저물어 갈려고 얼마 전부터 해가 유난히 짧아지고 날씨가 스산해졌다. 그리고 보니 습관처럼 달콤하고 뜨거운 핫초코가 자꾸 그리워지고 올드한 팝송에다 사각거리는 낙엽소리가 정겨워지는 것이 어김없이 가을의 끝자락이 찾아 왔나 보다.

얼마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자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본인은 신생아 중환자실이 너무 싫다고 하였다. 죽어가는 아가들이 너무 불쌍하고 좌절하는 젊은 부부들의 고통이 너무 안타까워서 여기서 계속 근무하다가는 무서워서 결혼을 못할 것 같다고 하였다. “남자친구는 있니, 없지, 그래, 지금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남자친구 생기면 그때 고민해, 그리고 그때 가서 타 부서로 이동하면 되겠다 그지, 아마도 앞으로 10년까지는 넌 거기서 근무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한다. 미리 걱정하지마!”

보편적으로 우리들은 암 말기 환자나 노인환자 대상의 호스피스 간호나 치료에 대한 상식은 익히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아동환자에 대한 호스피스에는 사실 정보도 부족하고 관심이 적었다. 전번 1학기때 임상간호사를 위한 ‘암환자 간호’를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암환자를 주제로 한 영화를 한 편 보고 교과목과 연관지어 발표하고 그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토록 하였다. 그후 제출한 학생들의 리포트를 채점하던 중 유독 한 학생의 리포트가 눈에 띄었는데 주제가 아동 암 환자의 호스피스 간호였다. 그리고 읽어 내려가던 중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시렸다. 사실 그 리포트는 리포트를 쓴 학생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였었고 그 학생의 아이는 작년 겨울에 백혈병으로 이 세상을 등졌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나 역시 아동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불과 몇 년 전 친구랑 함께 본 한편의 영화이었으므로 아동 호스피스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짧고 부족한 편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는 2012년 발행된 존 그린의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14년 조시 분이 감독한 미국의 로맨틱코미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10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식상하거나 비참하지 않다. 산소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는 헤이즐은 애써 찾아온 사랑 앞에 주저하지 않고 거스를 통해 절망적인 현실에도 누구보다 힘껏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며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는다.

소아 호스피스는 성인 호스피스와는 상당 부분 기능이 다르다. 성인 환자는 주로 통증 완화 치료와 함께 차분하게 생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소아 호스피스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데 목표를 두게 된다. 그리고 소아 호스피스는 통증 완화 치료와 더불어 놀이치료, 각종 이벤트 등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얼마전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소아암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권역별로 총 6곳 정도에 소아암 호스피스가 설립된다고 한다. 또한 전국 12개 지역 암센터 중 절반 정도에 우선적으로 소아암 호스피스 시설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 예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경우 전체 어린이 사망 환자(81명·2014년 기준) 중 89%는 중환자실, 10%는 응급실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건강검진의 경우 비교적 기회가 많은 성인에 비해 소아는 검진 기회가 없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또한 소아암은 특징적으로 성장이 빠르고 조직 중심에서 발생하므로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한 소아암 환자의 어머니는 “아이를 꼭 살리고 싶지만 치료가 어렵다면 마지막은 편안하게 안아주며 보내고 싶다”라고 하였다.

많은 고민 끝에 ‘안녕 형아’라는 영화를 다운 받아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영화 내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남학생들이 눈물을 흠치는 것을 보았다. 영화감상 후 “어린 환자도 성인환자와 함께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함께 의료적 치료가 어렵다면 존엄하게 생애를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수업 종료 후 ‘죽는 것보다 치료가 더 무섭다’라고 이야기한 소아 암환자들의 눈물을 되새기며 나, 역시 간호사로서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안타까운 울음을 삼켰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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