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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혜의 왕’ 솔로몬과 한국 대통령들의 슬픈 군상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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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19 16: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모든 인간사에 영광과 오욕이 공존하듯, 모든 통치자에게도 영광과 오욕이 공존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통치행위를 반면교사 삼아 정의롭고 영광된 미래를 여는 일이다. 
 
‘지혜의 왕’이라 일컬어지는 솔로몬은 다윗왕의 서자였다. 다윗은 밧세바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다가 욕정이 발동하여 침실로 불러들여 정을 통하고 영원히 차지하기 위해, 부하장수인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전장에서 죽게 했다. 솔로몬은 이 불륜의 관계에서 태어났다. 왕위 계승과정에서도 적장자 아도니아의 반란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오늘날로 말하자면 도덕적 정통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솔로몬 왕의 40여 년의 통치기간을 전기와 후기로 나눌 때, 전기 20여 년은 강력한 왕권아래 겸허한 애민정치를 펼쳤다. 다윗의 유업을 받들어 영토를 넓혔고, 웅장한 왕궁과 성전을 세우는 등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다. 솔로몬의 백성을 사랑하는 넓은 도량은 감동을 불러일으켜 태평 성세가 되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했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운 영광의 왕이었다. 
 
그러나 후기 20여 년은 사치와 타락의 정치였다. 방대한 건축 사업에 백성을 징발했으며, 막대한 세금으로 백성의 삶은 고단해졌다. 700명의 후궁과 300명의 첩을 거느리며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 이 여자들은 대부분 이방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만의 신전을 지어 주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절대로 금하는 일이었고 백성과 관리들은 점차 솔로몬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이에 솔로몬은 초기의 하나님에 대한 헌신, 정직과 확고한 원칙, 관용의 정치를 버리고 압제와 폭정의 철권정치를 감행했다. 
 
솔로몬의 사치와 철권통치는 백성들의 정신적 타락과 분열을 가져왔다. 솔로몬의 타락을 경고한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내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리라”고 한 하나님의 경고처럼, 솔로몬 사후 무능한 아들 르호보암에게 왕위가 넘겨졌으나 결국 북이스라엘과 남 유다로 분열되어 반목하는 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솔로몬을 ‘지혜의 왕’으로 기억하고 평가한다. 성경과 이스라엘의 역사에서도 솔로몬의 후반부 실정을 질타하지만, 결국은 지혜와 업적을 찬양한다. 
 
필자는 솔로몬의 영광과 오욕의 40여 년 통치기간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슬픈 군상을 본다. 최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박정희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동상’기증 전달식에 건립 반대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대한민국 번영을 이룩한 대통령’이란 평가와 ‘원조 적폐’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현 정권이 앞장서서 박정희 지우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한 획을 그은 대통령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많은 신생국들이 민주주의를 지향했지만, 혼란을 거듭하다가 군부의 정변(政變)으로 독재정치가 이어졌다. 그 나라들은 대부분 발전하지 못하고 군부 독재의 잔재아래 부패해 있다. 그러나 1961년 일어난 5·16정변은 박정희의 지도력으로 한국을 놀랍게 발전시켰으며, 6·25의 상처를 딛고 한강변의 기적을 이루었다. 물론 거기에는 ‘잘 살아 보겠다.’는 성숙한 국민의 염원과 동참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의 박정희는 유신 독재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10·26 사태로 시해되고 12·12사태로 다시금 군부의 출현을 초래했다. 혹자는 정변이 없었더라면 더 발전했을 거라 하지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박정희만은 아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과 6·25전쟁 때 역사상 유례없는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내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지만,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고 3·15 부정선거로 하야한 대통령, 김영삼은 금융실명제를 단행했지만 IMF를 초래한 대통령, 김대중과 노무현은 IMF극복과 민주주의의 성숙, 남북화해 등 업적이 있지만, 북한에 퍼주기를 지나치게 하여 북핵 개발에 기여한 대통령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정치적 진영논리에 의해 각자 편의대로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슬픈 군상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역사는 과거 사람들을 평가함으로써 미래를 판단케 한다”고 했다. 괴테는 “삼천년의 역사에서 배울 것을 모르는 자는 아는 것도 없이 암흑 속에 있더라”라고 읊었다. 역사는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다지는 거울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바르게 가꾸게 하는 안내자이다. 따라서 역사는 영광과 오욕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편향적으로 평가하여 거부하거나 일방 찬양할 일이 아니라, 그 업적과 허물을 동시에 성찰하여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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