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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호랑가시나무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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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8 18: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는 뉴스가 나온다. 벌써 연말이 되었음을 실감하며 세월의 빠름에 숙연해진다. 
 
매년 이맘때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집중 모금활동을 하면서 전국에 세우는 사랑의 온도탑이다. 예상하는 모금액을 정해 놓고 모금액에 따라 온도계의 눈금이 올라간다. 사람들에게 빨간 눈금이 시각적인 각성효과가 있어서인지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나 또한 올해는 사랑의 모금이든지 구세군의 자선냄비든지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제는 공동모금회의 공식 브랜드가 된 사랑의 열매를 가슴에 단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사랑의 열매를 보면 나는 호랑가시나무가 생각나고 고향에 있던 낡은 교회 아닌 교회가 생각난다.
 
호랑가시나무는 잎이 육각 꼴이며, 잎 끝에 날카로운 가시가 붙어 있다.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 탓에 고향에서 자생하던 나무이다. 나무의 이름도 특이한데 호랑이가 이 나뭇잎에 붙은 가시로 등을 긁었다 해서 호랑가시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호랑가시나무가 익숙한 것은 크리스마스카드에서였다. 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가 친구들과 카드를 주고받은 날쯤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가게에서 카드를 사고는 했는데 그 크리스마스카드에는 어김없이 이 호랑가시나무 잎과 작은 종이 그려져 있었다. 
 
그때는 의미도 모르고 왜 우리 동네에 있는 나뭇잎이 카드에 있나 궁금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썼던 면류관이 이 호랑가시나무였단다. 서양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많이 썼는데 호랑가시나무는 잎이 두껍고 나무를 베서 오래 두어도 잘 썩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는 사랑의 열매로 쓰여 연말이면 가슴에 달았다고 하니 가정의 행복과 평화라는 꽃말과 어울린다. 
 
어릴적 고향 마을에 언제부터인가 일요일이면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는 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기독교보다는 불교에 더 관심이 많았다. 
 
시대적으로도 그랬겠지만 동네 뒤에 절이 하나 있어 구복 신앙으로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족의 생일이나 초파일에는 쌀을 이고 절로 가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그 집은 마을 사람들이 그리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우리 동네에 들어와 산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는 집이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었다. 
 
그런데 일요일이면 전도사라는 사람이 양복을 빼 입고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그 집으로 왔다. 방에는 들어갈 수도 없는 좁은 집이라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마당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했다.
 
할머니가 무서워서 감히 그 집에 들어가 볼 생각은 못했지만 일요일이면 우리 친구들은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이 일어 기웃거리고는 했다. 그러면 그 전도사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날 그 오두막에 아름다운 트리가 세워졌다. 어린 나에게는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빨간 열매까지 달린 호랑가시나무를 베어와 그곳에 반짝이로 장식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트리였다. 그리고는 그들은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테이프로 묶어 가슴에 꽂고 있었다. 그때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때이니 당연히 반짝이는 꼬마전구는 없었지만 호랑가시나무의 트리는 내 머리에 각인된 크리스마스 트리다. 
 
기독교인이 아닌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한 번도 세워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연말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시간들을 맞고는 한다. 뉴스를 보면서 고향과, 함께 했던 소중한 옛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올 연말에는 정말 이웃을 생각하며 보내야겠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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