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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대전가원학교의 아름다운 지킴이, 사회복무요원

장윤정 대전가원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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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9 19: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사회복무요원은 병역판정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처분받은 사람으로 국가기관, 사회복지시설, 공공단체 등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되고,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 사회서비스분야 및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전가원학교는 사회복무요원이 복무하고 있는 특수학교다. 특수학교의 아침풍경은 학생들이 스스로 등교하고 아침생활지도를 받는 일반학교와 사뭇 다르다. 매일 아침 대전 서쪽의 8개의 종점에서 45인승 리무진 버스 8대가 학생들의 꿈과 일상을 담고 출발한다. 통학버스와 학교생활 전반에서 우리 학생들의 일상의 처음과 끝을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회복무요원이다.
 
이 학교의 사회복무요원들은 자원했다고 한다. 물론 주변에서 복무환경이 다른 행정기관에 비하여 녹록지 않은 특수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말리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학생 수, 그리고 더욱 더 심해지는 중증 장애 학생들….
 
교사인 내가 사회복무요원의 입장이라도 이 학교에 지원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 사회복무요원들은 교사와 실무원의 인력으로는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중증장애 학생들을 함께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의 몸과 다름없으나 생활연령이 낮은 경우에는 대소변을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도와주어야 한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학생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할 때도 가끔 있다. 게다가 학급당 인원까지 많으니 아마도 새벽같이 종점으로 달려가 통학버스를 타고 학생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교직생활 4년 차인 올해, '24세의 큰 아기'가 고 3-3인 우리 반에 배정되었다. 애초에 학생의 장애상태에 관련해서는 타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학생의 소리와 행동만으로도 짐작이 갔지만, 이 학생을 맡게 되었을 때, 교직생활에 있어 큰 숙제가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24세의 큰아기'는 그 애칭이 지칭하듯 웃는 모습이 예쁘고 눈이 맑고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아이였지만, 그만큼 손과 애정이 많이 필요한 학생이었다.
 
학기 초 불안감이 더해졌는지 신변 실수를 계속하여 설사나 소변으로 교실과 복도가 얼룩지고, 어떤 날은 정서적으로 각성이 되어 하루종일 뛰며 소리를 질러 전체 학교 안에 학생의 소리가 울려 퍼지곤 했다. 당연히 이런 날은 학생과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큰 차질이 생겼다.
 
정신연령이 18개월인 만큼, 이 학생의 눈에는 모든 세상이 신기하고 호기심이 가득하다. 다양한 방면으로 사건 사고를 일으키어 누가 보아도 도움이 절실한 그런 학생이었다. 과밀학급인 만큼 각 반에 실무원 선생님이 계시지만 50대의 여성실무원과 20대의 여교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3월이었다. 학생의 신체가 24세의 성인 수준이라서 제어가 쉽지 않았다.
 
그럴 즈음에 사회복무요원이 마치 천사같이 나타나 학생의 신변처리를 실무원님과 함께 도와주고, 위험한 물건을 먹으려 할 때 막아주고, 학생이 점진적으로 착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잡아야 제 방향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산만했던 학생을 혼자서 손잡고 지원해주기도 하였다. 
 
사회복무요원들의 도움으로 아직 발달이 필요한 학생의 오감을 충족시키고,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실현할 수 있었다. 물론 가끔은 남자인 사회복무요원들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힘든 나날들이지만, 학생을 향한 연민과 사랑의 눈을 거두지 않고 매일 성실하게 지원하고 있다. 이 사회복무요원들 덕에 필자는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재개할 수 있었으며, 큰 용기와 격려를 얻게 되었다. 
 
장애학생을 돌본다는 것. 일부 사람들은 군입대 대신에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의 당연한 의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노력과 애정은 결코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과 배려는 무한이기주의와 숱한 폭언과 폭력들이 오가는 이 사회에서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정말 큰 아름다운 마음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노력과 애정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보탬이 되는지를 알고 더욱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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