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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예술가’가 뭐예요?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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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07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예술 발전에는 혁명이 없다. 어느 한 순간에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그 안에 속해 있는 예술가들의 지고지순한 노력이 있어야만 꽃 피울 수 있는 것이 예술이요, 예술은 문화의 꽃이다. 21세기가 문화와 예술의 시대라고 주장했던 이들이 참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지 반문해 본다. 
 
우리의 삶 속에 문화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시대.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가? 분명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급급한 시대는 벗어났지만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무대 활동도 했고, 30여 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문화의 꽃이라 하는 예술이 혁명처럼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지만 30년의 세월 동안에 이룬 변화는 과연 무엇인지 새삼 부끄러워진다.
 
예술가들의 수는 늘어났지만, 그들이 인정받을 환경은 더 피폐해지고 설 자리도 없어지고 있다. 전인교육의 근본인 예술적 감수성 배양이 배제된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로 예술을 전공하는 청소년들도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지역의 예술 관련학과는 폐과 또는 통합되고 있는 실정인 걸 보면 앞날이 더욱 불안하다. 향후 ‘지역출신의 예술가’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비관적인 글로 서두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랫동안 예술이라는 매개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장을 경험해오고 있는 사람의 넋두리라고 생각하고 양해를 구한다. 이왕이면 단순한 이해보다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감사하겠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겠다.
 
필자는 얼마 전부터 ‘예술가는 가난하다’라는 말을 동경한다. 이유는, 예술가들은 그냥 예술가인 채로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술 활동은 아무리 가난해도 이어지니까 지원을 해준다고 유혹하지도 말고 관여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가 먹여 살려 준다고 해서 예술가가 된 것이 아니고 예술이 좋아서, 그것밖에는 할 것이 없어서, 안 하면 죽을 것 같기 때문에 하는 사람이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적어도 너도나도 다 예술가라고 주장하는 시대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떨어지는 콩고물이 없다면, 진정한 예술가만 남을 것이 아니냔 말이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어느 기관에 예술가의 자격 요건을 나열해 놓은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예술가이면 예술가인 것이지 예술가의 기준을 정해 놓았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활동기간이나 지역, 소속 등에 대한 자격요건은 필수적이지만 예술가의 신분을 따지는 자격요건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황당했다. "자격요건을 따져서 당신은 예술가이니 지원자격이 되고, 당신은 예술가가 아니니 지원자격이 안 되오.” 자격 요건에 부합되어야만 예술가인 사람들이 있다는 반증이다. 얼마나 많은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섰으면 예술가를 구분하고자 하는 자격 요건까지 만들어 놓았는지 하는 생각과 함께 허탈했다. 이것이 우리 예술계의 현실이다. 과연 콩고물이 없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지원금이 없으면 예술가들이 없어질까? 만만불가하다. 예술가들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면 예술가지 ‘문화예술가’는 또 뭔가? 세상에 문화인 아닌 이 없고 문화인 안에 예술가도 있고 정치가도 있고 과학자 등등이 있는 거 아닌가. 이러한 용어 자체가 예술계를 혼돈케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보다 폭 넓은 의미를 담겠다는 뜻으로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담는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담지 못한다는 것. 문화운동가와 예술가의 경계도 없고,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도 없어진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도 없다.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예술가들의 행위에 공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예술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는 것이 지원사업의 기본 목적이지만,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미명아래 경제적 이득을 주목적으로 생산되는 상업공연에 공적 자금이 지원되는 현상과 지원금을 받으려고 너도 나도 예술가가 되는 현상,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공공 공연장마저도 상업 공연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현상들을 조장하는 것, 예술가가 있어야 하는 판에 문화 언저리 흥밋거리를 쫓는 호사가들이 판을 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안 나오는 ‘문화예술’ 같은 애매한 단어 영향도 있지 않을까.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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