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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인연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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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11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처음엔 서로가 낯설었다. 언어와 문화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을 만나고 한국어를 온몸으로 가르쳤다. 시간은 흘러 여름을 지나고 추운 겨울이 되어, 지난주에 수료식이 있었다. 
 
충주세계무술연맹에서 문화동반자(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 사업으로 7월에 8개국에서 10명을 선발하여 5개월여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중점 프로그램은 한국의 전통무예인 택견을 가르쳐서 각 국으로 돌아가서 배우고 익힌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네 번은 택견을 배우고, 한 번은 한국의 씨름을 배웠다. 오전에 한국어수업을 교통대에서 진행했는데 그 곳에서 그들을 만났다.
 
짧은 영어로 중요 단어만 제시하면서 기본적인 한국어를 가르쳤다. 틈틈이 한국문화도 알려주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는 김밥 만들기를 함께 하였다. 만드는 재료와 방법을 영어로 번역하여 나눠주고, 한국어 수업을 한 후 거처하고 있는 원룸으로 옮겨 음식을 만들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부딪히는 시간은 서로에게 쉽게 곁을 내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교실에서의 한국어 수업보다도 더 생생한 수업을 할 수 있었고, 각 국의 의미 있는 물건을 선뜻 내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고향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면서 그들은 더욱 바빠졌다. 한국어교실에서는 11월경 문경새재로 문화체험을 가서 단풍이 절정을 이룬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고 왔다. 전남 나주에서 열리는 씨름대회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날은 눈이 내렸다. 눈을 처음 본 친구들은 어린아이처럼 서로에게 눈을 뿌리고 놀았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다. 충주 인근의 초등학교에 재능기부를 가기도 했는데 거기에서 택견시범을 보이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각 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조금씩 달랐기에 지난주 금요일에 세계무술연맹국에서 수료식을 했다. 수업일정을 조율하고 편지와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갔다. 택견도복을 입은 친구들이 사진 촬영을 위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친구들은 아침에 만나고도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활짝 웃었다. 식이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택견하는 멋진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국어 수료증을 나누어 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꼭 안아주었다. 
 
행사가 끝난 후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옮겼다. 맛있게 많이 먹으라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저녁을 먹었다. 허기를 채운 후 담소가 이어지는 중에 무술연맹 담당자와 처음으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문화동반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에 대한 그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택견을 전파하기 위해 각 국에 지원해 주었었는데, 방향을 바꿔서 직접 한국으로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각 국에서 온 열 명 모두가 한국의 무예를 배우고 돌아가서 그 중에 한 두 명이라도 제대로 전파하면 그것이 성공 아니냐며 반문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각자의 꿈과 생각이 다르기에 그것도 일리가 있었다. 
 
만남과 헤어짐이 지속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의 시간을 이방인들은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 귀엽던 캄보디아 소녀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했기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번 전하며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는 말도 남겼다. 쉽게 뒤돌아 오지 못하고 긴 이별을 하였다. 그들과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 그들의 고향 길에 실어 보낸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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