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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뺏는 부끄러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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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11 16: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방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요즘 합동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이번 단속의 대상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법규 위반 행위다. 대형마트 등과 주민센터, 체육시설, 자연공원 등 모든 공공 및 다중이용 시설을 점검한다. 장애인을 배려하자는 주차구역에 버젓이 주차하는 얌체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나 아파트 등의 주차장에 설치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일반인이 버젓이 주차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참 얄밉다. 장애인주차구역이 비었다고 입구에 슬그머니 차를 대놓고 일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장애인주차구역에 물건을 쌓아놓거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를 방해하는 사례도 적잖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의식이 아직도 낮다는 방증이다.
주차 방해 행위에 대해선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차량은 10만원을 물리고 있다. 장애인자동차표지를 위·변조하거나 부당사용 행위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나하나 쯤이야’하는 안이한 발상으로 자칫 형사 고발될 수도 있다.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위반 건수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대전시 5개 구청이 지난해 전용주차구역 위반 단속을 한 결과 적발 건수가 1만6216건으로 2014년(5272건)보다 대폭 늘어났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세다. 구청들이 집중 지도·단속을 하고, ‘생활불편스마트신고’ 앱 등 감시와 단속의 눈이 촘촘해진 까닭이겠지만 무엇보다 약자 보호나 배려심 없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50만 명(2016년 기준)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장애인이 각종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이다. 이들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법적·제도적으로 설정 운영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관공서, 병원, 대형마트, 아파트 등의 출입구에 가까운 곳에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도록 관련법은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주차하고, 차량에서 내린 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면 답답하다. 얌체 주차는 다반사다. 관련 법규를 제정한 취지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게다가 장애인 표지 위·변조와 같은 파렴치한 행위까지 벌어지는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나 혼자 편하자고 장애인주차구역을 침범하는 행위는 위법행위 여부를 떠나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장애인에게 응당 양보·배려해야 하는 양심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 번쯤 자신과 주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오죽하면 정부가 장애인주차표지의 모양과 색상을 변경해 교체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장애인과 같은 보행약자를 보호하거나 배려심도 없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은 장애인 보호구역 지정·운영되는 곳이 거의 없는데서 확연해 진다. 전국지방자치단체 243곳 중 단 28곳에 불과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1730곳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보호구역 지정이 안전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일단 지정되면 노면 표시와 표지판, 과속방지턱 설치로 차량 운전자에게 조심 운전을 고지하는 효과가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유모차를 미는 어머니 등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지정도 안 되고, 예산 책정도 늘 뒷전으로 밀린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다. 장애인주차구역 등 장애인 전용공간을 보호하고 규정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시민의식의 척도다. 이번 합동단속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과연 선진사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윤리의식과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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