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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빨랐어도, 여탕 비상구만 열렸어도, 29명까지 숨지진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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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25 17:17
  • 기자명 By. 조경현 기자
[충청신문=제천] 조경현 기자 = 지난 21일 발생한 제천시 용두동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은 사망 29명, 부상 36명으로 최종 집계돼 12월 화재 중 전국 3번째 큰 사건으로 기록됐다.

25일 현재 합동 감식반의 현장 수사는 끝났지만 감식 결과는 2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허술한 건축허가(드라이비트), 소방당국의 늑장대응, 공사로 인한 화재 발생, 미흡한 소방점검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삽시간에 건물전체 삼킨 화재는 건물 구조가 한몫

이번 화재의 빠른 전개는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구조의 건물에 벽면 마감재를 '드라이비트'로 사용해 화를 키웠다.

필로티 구조는 외벽이 없으며 중앙부에 있는 계단 및 엘리베이터 공간이 '굴뚝' 역할을 해 더 빠른 화재 및 유독 가스를 확산시키게 된다.

이 구조는 별도의 비상구가 없이 주 출입구만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드라이비트 벽면 마감이란 스티로폼 등의 소재에 석고나 페인트, 시멘트 등을 덧바르는 공법으로 시공이 간편하고 보온 등이 잘돼 많은 건물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장재로 들어가는 스티로폼 등에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번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정부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참사 이후 2015년 9월 6층 이상의 건물 외벽엔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이번 화재 건물은 시행령 개정 전인 2011년 7월에 준공됐다.

특히 이번 화재 발생 후 한 시민은 지역 인터넷 신문에 "애초 1층 천장 마감재는 '알루미늄'이었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하며 플라스틱 재질로 바꿔 화염 및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 유가족 발만 '동동'

이날 대형 참사의 주요 원인이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합동분향소(제천체육관)에서 소방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족 측은 소방당국의 공식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울분을 토했다.

굴절 사다리차 진입을 위해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인근 불법 주차 차량의 유리창을 깬 뒤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차량을 이동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유족 측은 "유족과 일반 시민들이 주차 차량을 치웠다"면서 "소방대원들은 구경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에 붙어있는 2t짜리 대형 LPG 탱크 폭발 위험과 주차장의 거센 불 때문에 굴절 사다리차 사용이 늦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굴절 사다리차는 (고장 때문에)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화재 초반 2층 여탕보다 높은 난간에 매달린 사람을 구조하는 등 소방대원들의 2층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주차장에만 불이 났을 뿐 다른 곳은 연기뿐이어서 백드래프트 우려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백드래프트(backdraft)는 차단된 공간에 새로운 공기(산소)가 주입되면 작은 불씨에도 불이 커지는 현상으로 소방당국은 많은 희생자가 나온 2층 여탕 진입이 늦어진 이유로 이를 꼽고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당시 여탕에 갇혔던 희생자들은 화재 발생 1시간 이후까지 가족에게 살려달라고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반면 소방당국은 지난 22일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아 구조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초창기 불길이 거세고 연기가 짙어 2층에 사다리를 놓기도 힘들었다"면서 "2~4층 구조를 위해 1층의 화재요인을 먼저 진압한 뒤 내부로 들어가 유리창을 깼다. 일부러 늦게 파괴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초기 인명구조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건물 주변의 불법주차와 화재가 발생한 1층 주차장 옆에 2t 용량의 LPG탱크가 있던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화재 원인은 결국 '인재'… 1층 주차장 배관공사 주장

이번 화재가 애초 주차장 차량에서 발생했다는 주장과 달리 1층 주차장 배관 공사장에서 불똥이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이번 참사는 인재라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24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는 실험을 벌였다.

이날 국과수는 건물 1층 천장에 폭 1m, 길이 10m 안팎의 흰색 천을 설치 한 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사다리를 세웠다.

한 손에 손전등을 든 대원이 직접 사다리를 수차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했고 이 실험 과정은 설치해 둔 3D 스캐너로 정확히 좌표를 찾아가며 진행됐다.

이번 화재는 옆 건물 CCTV 녹화 장면이 공개되며 주차장 1층 천장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는 이날 진행한 실험 장면을 화재 현장 옆 건물에서 찍힌 CCTV 화면과 대조하며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같은날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수사본부는 2차에 걸친 국과수, 경찰화재전문감식관 등 관계기관 합동감식을 마쳤고 감식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2주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스포츠센터 건물의 9층 53㎡에 대한 불법 증축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며 건물주 이모(53) 씨를 대상으로 23일 오후 4시 1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4시간 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건물주 이모 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화재예방, 소방시설'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김모(51) 관리부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11월 말 소방점검 받은 여탕, 선반 등으로 비상구 막혀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2층 여성사우나 내부가 공개됐다.

외부로 연결된 비상구는 목욕용품을 보관하기 위한 선반에 막혀 사실상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화마의 흔적이 적어 이곳을 통해 대피했더라면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는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자동출입문은 희생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게 했다.

이는 19살 김 양이 화재 발생 1시간 정도 지난 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불이 난것 같은데 문이열리지 않아 나갈 수가 없다"고 한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반면 3층에 있는 남자 사우나에서는 인명피해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발사, 세신사 등 3명의 직원이 손님들을 비상구로 안내하며 대피를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 사우나에는 직원이 세신사 1명뿐이었고 그도 사건 당일 마지막 근무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안전관리를 하는 한 관계자는 "시의 발표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난달 말경 소방안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상구에 선반을 설치한 것은 그 이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선반이 설치돼 있더라도 건물구조를 잘 아는 직원이 대피를 도왔다면 인명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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