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상 읽기] 프레임의 교훈

현성우 충남대전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7.12.27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일몰 출사지로 유명한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 오랜만에 그곳의 일몰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챙기고 집을 나선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화각으로 촬영을 해도 계절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흔히 명당이라 불리는 일몰을 가장 잘 촬영할 수 있는 장소는 일찍 도착한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자리에 욕심을 내 본 적은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데로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찍으려고 노력한다.
 
사진으로 표현되는 사각 면적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핸드폰으로 촬영을 한다면 그 화면이 프레임이 되는 것이다. 보통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촬영하기 위해 온다.
 
그리고 우리는 프레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을 촬영한 사람의 의도이다. 사진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 그 사진과 똑같은 모습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하지만 프레임 속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원래 내가 촬영하고자 했던 의도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 것을 보고 베끼는 것으로 끝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작은 욕심으로 인해 지금 내가 하는 일 중에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청렴해야 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듣고 있다. 그리고 청렴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청렴한 공무원이 될지는 아직 물음표만 남아 있다.
뇌물만 받지 않으면 청렴한 것인지, 청탁도 들어주지 않아야 청렴한 것인지, 아니면 황희 정승처럼 비가 새는 초가집 정도는 살아줘야 청렴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인지. 이러한 많은 물음이 있었지만 프레임 속 사진을 정리하며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개인의 욕심이다.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면 누구나 청렴한 공무원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작은 욕심이 쌓이다 보면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청렴에 대한 인식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한 기관에서 진행한 청렴콘서트를 본적이 있다. 특별채용 면접 하루 전날 직속상관이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한다. 내일 면접을 보는 사람 중에 친구의 아들이 있으니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사담당자는 전화를 끊고 너무도 당연한 듯이 그 사람의 면접 자료를 따로 체크해 둔다.
 
콘서트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채우기 위한 작은 욕심이 그럴듯한 명분이 되고 그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버렸을지 모른다. 직속상관은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려는 욕심이, 인사담당자는 상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것이다.
 
나는 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하는 복무지도관이다. 사회복무요원뿐만 아니라 그들을 담당하는 기관 직원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관 입장에서는 사회복무요원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업무도 사회복무요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내 주장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약 없이 늘어지는 상담을 빨리 끝내기 위한 내 욕심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욕심으로 인해 나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원 전체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각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다. 다 채우기 위해 욕심을 내다보면, 본래 사진에 담고자 했던 의도는 사라지고 만다. 공무원의 청렴은 이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나의 작은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청렴하지 못한 행동들이 내 주변,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나에게 준 교훈을 되새기며, 처음 공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청렴한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현성우 충남대전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