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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기] 황금 개띠 해, 인간과 변함없는 우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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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01 12:26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 십이지 개.
천간(天干)이 '무(戊)'이고, 지지(地支)가 '술(戌)'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다섯 번째 해이다. 무술년(戊戌年)은 육십간지의 35번째 해로 서력 연도를 60으로 나눠 나머지가 38인 해가 해당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경우 태양과 지구, 달의 상관관계를 음(陰, -)과 양(陽, +)의 상극으로 구분해 어느 한쪽이 치우침이 없이 음양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양이란 하늘과 태양을, 음은 지구와 물을 뜻한다.

이같은 음양의 조화에 따라 우주를 이루는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5대 원소도 서로 충돌하고 융화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순행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사주역학에 따르면,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무(戊)는 오행의 흙(土)에 속한다.

흙은 오행과 직결된 오방색(五方色)의 청(靑,파랑)-적(赤,빨강)-황(黃,노랑)-백(白,하양)-흑(黑,깜장) 가운데 '노랑색 황'을 뜻한다.

그래서 2018녀 띠는 황금개띠로 무술년이다.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戌)는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戌)는 이 방향과 이 시각에 오는 사기(邪氣)를 막는 동물신(動物神)이다.

십이지신도 중 개(戌)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동물은 개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590만 정도라는데 반려동물의 82.5%가 '개'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수천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개와의 우정을 쌓아왔다.

개는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르며,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해 왔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개와 관련된 전국의 지명은 101개로 전남이 27곳으로 가장 많고 충남은 17곳, 충북 6곳, 대전 2곳 등이다.

충남 천안시 '개목고개'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주인을 구한 충견의 이야기와 관련된 지명이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의 곁에 불이 나자 개가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꺼트리고는 기력이 다해 죽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꿔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다.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 등이 그 예인데, 나무(樹) 아래에 그려진 개는 바로 집을 잘 지켜 도둑막음을 상징한다. 개는 '戌'(개 술)이고, 나무는 '樹'(나무 수)이다.

억울하게 숨진 사도세자는 개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외로움을 잊게 하는 존재를 의미를 넘어 개는 그에게 자신을 지탱해준 정신적 지주였을지도 모른다.

개가 인간의 주변에 머물며 다양한 모습으로 동반가족 못지 않은,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은 사도세자의 작품으로 알려진 '견도(犬圖)'에서 잘 나타난다.

개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점을 넘는다. 사랑이 깊어서일까. 개는 전통적으로는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신장(神將)으로 꼽힌다. 악귀를 쫓고 공간을 지키는 길상(吉相)의 존재로 신성시됐다.

한해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을 때 그리는 세화와 부적에 개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하여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한다고 했다.

충견비 '戌'은 '戍'(지킬 수)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戍'는 '守'(지킬 수)와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樹'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 된다. 즉 '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은 개의 그림을 그려 붙임으로써 도둑을 막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일종의 주술적 속신(呪術的 俗信)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편 벽면에도 무덤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개 그림을 그려 놓았다. 사람들은 주인에게 보은할 줄 알고 영리한 개를 사랑하고 즐겨 기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흔히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 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나타난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 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개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으니 의로운 동물이라는 칭찬과 천하다고 얕잡아 취급하는 양면이 있다. 즉, 개에 대한 민속 모형은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황금 개 해에 비천하지만 충성스러운 개처럼 살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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