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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파사현정(破邪顯正)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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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17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파사현정. 2017년을 보내면서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다. 불교 삼론종의 중요한 교리 중의 하나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유교에도 비슷한 말로 척사위정(斥邪衛正)이 있다. 바른 것은 늘 사악한 것에 가려 잘 드러나지 못함을 내포하고 있다.

교수들은 연말에 그해의 평가를 내놓고, 연초에 희망을 내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파사현정은 2012년 임진년에는 연초 희망을 담은 말로 뽑힌 적이 있는데, 작년 정유년에는 결과물로 선정되었다. 2012년 그해의 바람은 허망하게도 거세개탁(擧世皆濁)으로 끝났다.

파사현정은 적폐청산을 떠올린다. 적폐해소, 적폐척결은 정권마다 부르짖었는데 엄밀하게 속내는 동의어가 아니었다. 독단은 위험하다. 폐단은 돋아나고 쌓이기 마련이다. 낡은 폐단 몰아낸 자리에 새로운 폐단이 자리잡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한 것은 적폐는 견고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사만 되면 현정은 자동으로 이루지는 것인가. 적폐청산 오해하지 말고, 착각하지 말 일이다. 파사를 제대로 해야 현정을 이룰 수 있고, 현정을 제대로 이루어야 제대로 된 파사를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민주적 가치 체득에 소홀해 왔다. 자기는 일등 시민이고 타인은 꼴등 시민이라고 서로 손가락질, 방종과 자율을 혼동하는 창의성 교육, 언론의 자유에 숨어 막말 방송, 예의도 염치도 양심도 없는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천박한 갑질, 좀먹은 폭력이 외치는 민주주의! 밉기도 하고, 서글프다는 생각도 든다.

현실을 외면하고 초탈을 핑계삼아온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옳은 분노 옳지 않은 분노를 구분하지 못하고, 옳은 분노 표출마저 주저하다니.

경영학자 피터 드러거의 리더와 관리자의 차이가 떠오른다. “리더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관리자는 일을 옳게 하는 사람이다.”(Leaders do the right and Managers do things right.) 옳은 일을 하는 리더, 그 일을 바르게 하는 구성원이 뭉쳐야 한다. 옳지 않은 일을 능숙하게 잘 해냈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범죄집단이다. 몸통과 꼬리, 뇌물수수, 비자금 세탁, 채용비리, 특혜청탁…. 우리나라 교도소 수용능력이 염려될 지경이다.

옳지 않은 일을 지시한 리더와 일을 부정하게 수행한 관리자들이 한통속이 된 단체, 기업, 조직,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참담하다.

올해 6월 13일에는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치러진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개헌도 동시 국민투표가 예상된다. 저마다 삶의 경험과 기준은 다양하다. 그러나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잇속을 챙기려는 정치꾼은 가려야 한다. 옳은 말을 하고, 옳은 일을 실행에 옮기는 리더를 골라야 한다. 옳고 그름은 뒤로 하고 오로지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에 속한 사람을 무조건 야비하게 공격하는 행태는 그쳐야 한다.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간 갈등, 계층간 불신이 선을 넘어 방치되고 있다. 되레 이를 부추겨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 공통의 행복을 추구해야지 개인의 욕망을 포장해서는 안 된다.

파사와 현정은 지난해를 정리한 과거사가 아니다. 오히려 2018년의 숙제다. 대형 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고칠 수 있다. 바르게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명령이다. 단호하게,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어려움을 넘어 착한 나라를 만들어 가자.

아직 2018년 소원을 담은 사자성어는 나오지 않았다. 무술년, 황금개띠 올해 희망은 무엇으로 뽑힐까? 연말에 황금개가 털빠진 누런개로 변색되지 않기를 빈다.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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