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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자는 ‘빛과 소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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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4.11 19: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살신성인(殺身成仁)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것을 뜻한다. 목숨과 사람의 도리를 모두 지킬 수 없을 때 생명을 아끼느라 인의(仁義)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돌발사고에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은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직무외에 행위로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에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경우를 ‘의사자’라고하고 부상을 당한경우 ‘의상자’라 한다. 중요한 것은 직무외라는 것이다. 때문에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하거나 소방관이 불을끄거나 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다가 발생한 사망이나 부상은 의사상자로 보호되지 않는다.

때문에 남을 위해 대신 죽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을 위해 온 세상보다 소중한 자기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9년 전 겨울 어느날 저녁 스물여섯 나이의 유학생 이수현씨가 일본을 뒤흔들었다.

이씨는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취객이 선로에 떨어진 것을 보고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소중한 자기 생명을 던진 기억이 새롭다. 그의 죽음은 두 나라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은 평범한 이국 젊은이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눈물도 떨궜다.

그의 모교 고려대는 명예졸업장을 주었고 신오쿠보역에는 추모 조형물도 세워졌다. 한,일합작으로 추모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까지 제작됐다. 또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해군 특수전(UDT) 요원인 한주호(53) 준위가 작업 도중 실신해 인근에 대기중이던 미군 구조함 살보(Salvor)함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실도 그렇다.

그리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돕고 귀환 중 실종된 쌍끌이 어선 금양98호의 외국인이 2명 낀 선원 9명의 사망 및 실종 사건에도 의사상자 자격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그들의 목숨과 죽음의 무게를 어찌 남과 견줘 가벼이 여길 수는 없기에 우리 사회는 그만한 도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가 인정한 의사자 수는 2005년 이래 지금까지 134명에 그치고 있다. 대상은 대개 범죄행위나 교통사고, 천재지변 현장에서 구조행위를 한 경우가 고작이다. 이 같은 의인들은 위기에 처한 이웃을 보면 연령과 신분은 물론,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구애됨 없이 몸을 던져 살신성인의 도를 다해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다.

이처럼 의인들은 착하고 아름다운 심성의 소유자들이다. 국가나 사회, 이웃이 위기에 처할수록 의인이 많았고 그들의 희생도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럼에도 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접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정부가 2004년부터 분기별로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의인’을 뽑아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선정된 의사상자 유가족 또는 본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인의 고귀한 희생이 오래 기억되고 귀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 전체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될 것이다.

때문에 의인은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고귀한 희생은 정말 그 어떤 향기보다 아름답고 가슴 찡한 이야기다.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각박한 세태를 일깨우는 ‘빛’이나 ‘소금’과도 같다. 살신성인은 결코 성인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반드시 목숨을 바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며 이웃에 봉사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양보해 남을 위하는 경우도 의사자에 버금가는 선행이다. 남의 불행을 외면하지 말라는 귀중한 메시지다. 이런 희생정신과 용기를 이어가는 것이 죽은 자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최소한의 의무인 줄 안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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