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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편히 주무셨습니까?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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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2.21 19: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무심코 건네는 아침 인사말이다. 편안한 잠, 인간은 잘 자기 위해 사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잠자러 가는 것이다. 낮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도 결국 밤에 잘 자기 위해서다.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은 없다. 물고기는 눈 뜨고 잔다. 말은 서서 잔다. 개는 엎드려 잔다. 인간은 누워서 잔다.

잠자는 시간은 어릴수록 길고, 나이를 먹을수록 짧다. “잘자라 우리 아기~” 자장가 소리가 맴돈다.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들은 천사의 모습이다. 나이를 먹으면 쪽잠이 늘어난다.

음악을 켜놓고 자는 사람도 있다. 비행기 안에서는 안대를 하고 자는 사람들도 있다. 단잠, 꽃잠, 꿀잠, 나비잠… 원두막에서 소나기 쏟아지던 날 낮잠 잔 풍경이 떠오른다.

잠자는 시간은 어마어마하다. 60년 살았다면 20년은 잤다는 의미다.

나는 잠꾸러기, 잠충이였다. 평생 왜 그리 졸고 살았는지 희한한 생각이 든다.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으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팔 들고 벌을 서면서도 졸았다. 군대에서는 행군을 하면서도 잤고, 철모 쓰고 총을 메고서도 잠이 왔다. 영화를 보다가도 잠이 들었다. 전철을 타면 눈이 감긴다. 엎어져 자기도 하고, 앉아서 자기도 하고, 일하면서 자기도 한다. 하기야 도량에서도 스님 죽비 소리가 요란하다.

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몇 있을까? 잠 때문에 벌어진 사고는 얼마나 많은가? 피로가 쌓일수록 ‘눈꺼풀이 천근’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운전대를 잡으면, 잠이 쏟아진다. 고속도로 졸음쉼터는 탁월한 발상이다. 음주운전보다 졸음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잠은 국가적 과제로 지원받아야 마땅하다.

“잠좀 자자. 한숨도 못잤다.” 허리가 아파 잠을 설쳤다. 누구는 삭신이 쑤셔서 잠을 못 자고, 누구는 너무 들떠 설레임에 잠을 못잔다.

코를 고는 사람, 이를 가는 사람, 잠버릇도 다양하다.

잠을 안 재우는 것은 고문이다. 밤새 전등 켜놓은 양계장에서 산란한 계란을 먹는다는 것은 찝찝하다.

숙면, 충분한 수면은 기본권이다. 그러나 편히 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편히 자지 못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잠못 이루는 밤. 그리움에 사무쳐 뒤척이던 날도 있었다. 꿈은 잠을 자야만 꿀 수 있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비몽사몽 헤매던 때도 있었다. 잠을 못 자면 눈이 충혈된다. 멍하다.

숙식(宿食)이라는 단어를 보면 먹는 것보다 자는 것이 먼저다. 밥보다 잠이 보약이다.

숙면은 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잠자리가 편해야 편히 잘 수 있다. 따듯한 침대, 푹신한 베개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정신이 맑아야 편히 잘 수 있다. 번민에 시달리면서 편한 잠을 잘 수는 없다.

야간 근무자, 추위에 떠는 노숙자, 감옥에 간 사람, 그들은 편히 잘 수 있을까? 잠 좀 편히 자게 해 주세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고 보면 편안한 잠을 자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잠은 때때로 죽음을 비유한다. “영면하셨습니다”라는 부고를 접한다. “○○○ 여기 잠들다”라는 묘비명을 만난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수면내시경을 겁내는 친구도 있다.

4당 5락,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 그런 격언을 새기고자 함이 아니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말라. 다 비우고 꿀잠을 자자. 잠꾸러기가 최고다.

요즘같이 수시로 터지는 대형사고에, 무심코 건네는 인사말이 예사롭지 않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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