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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詩끌 詩끌 시낭송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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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04 23: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처음 시낭송 강의 제의를 받았을 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경험도 없어서 사양하였다. 하지만 담당자가 동아리형식으로 편하게 하자는 제의를 거절하지 못해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도전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모르는 분야이기에 준비부터 열심히 해야했다. 프로그램 이름부터 고민 끝에 ‘詩끌詩끌 시낭송’이라고 지었다.

긴장감속에 첫 수업을 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밝히고, 수강생 분들과 함께 공부하며 시낭송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총 10회기의 수업 중 3회기는 다른 시낭송 전문가를 초청해 수업을 했다. 내가 한 7회기의 수업은 이론적인 부분과 실질적인 낭송이었다. 시를 낭송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동아리 형식의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감성을 나누고 서로가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이 되었다.

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점점 깊이가 더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끝내는 것이 아쉬워서 상의 끝에 마지막 날 낭송시를 선정해 서로 발표해 보기로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시낭송 발표회 날이 다가왔다. 빛깔과 향기로 마시는 꽃차를 준비해 주신 수강생, 캘리로 시를 멋지게 써 주신 수강생, 모두가 하나 되어 작고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에 알맞은 음악을 선곡할 때도 수강생들과 함께 듣고 선택하여 준비했다. 심순덕님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할 때는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시낭송은 마음의 울림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

70대의 수강생은 유안진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듣더니 자기 얘기처럼 감정이입이 된다며 그 시에 빠지셨었다. 올해 2월 결혼 50주년에 낭송하시고 싶다며 외우셨다. 긴 시라 힘드셨을 텐데 발표회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있게 낭송을 끝까지 잘 하셨다. 수강생 한 분 한 분이 낭송이 끝나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낭송을 해 주신 도서관 팀장님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음성군 농한기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열린 시낭송 강좌는 참여 인원은 적었지만 시너지 효과는 컸다. 평생교육수업이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나눔의 형태로 이어졌다. 평생교육을 통해 배운 수강생이 재능기부 형태의 작은 발표회를 통해 평생학습의 선순환이 된 것이다. 처음엔 배운 것을 작게 나누고 싶어 종강하는 날 자체적인 낭송회를 갖고자 시작되었다. 그것이 도서관 담당 주사의 열정적인 홍보로 신문지면이나 음성군 블로그에 실리고 판이 크게 벌어졌다.

내가 한 부분이 10%라면 수강생이 해 낸 몫은 90%였다. 다과준비도 모두 함께 준비하고, 서로 서로 흔쾌히 자기가 가진 것을 내 놓았다. 도서관 작은 방은 향초의 은은한 불빛과 꽃차의 빛깔, 흰 벽에 고운 선으로 음률을 타는 시화, 별빛 전구로 완벽한 분위기를 뽐냈다. 수강생이 모두 한 마음으로 시낭송 콘서트를 준비했다. 결과는 프로그램이름처럼 ‘시끌시끌 시낭송’이 되었다.

가족과 친구, 동생, 가까운 지인들이 함께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의 감성을 나누는 치유의 순간이 되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은 시낭송은 모두에게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비록 적은 인원이 함께 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값지고 귀한 시간이었다. 강사 혼자 이끌어 가는 수업이 아니라 수강생의 적극적인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일순간 폭풍우에 휩싸여 터져버린 기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있는 표현이 무디어졌다. 낭송시를 들으면서 아직은 슬픔과 기쁨의 감정샘이 마르지 않았음에 기분이 좋은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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