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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령취(加齢臭)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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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06 16: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아침에 문우가 핸드폰 밴드에 문정희 시인의 ‘보고 싶은 사람’이란 시를 올렸다. “아흔셋 하얀 노모가 자리에 누운 지/ 사흘째 되는 날/ 멀고 가까운 친족들이 서둘러 모여들었다./ 어머니 이제 마지막으로요.../ 이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고 / 그냥 울먹이는 소리로/ 어머니! 지금 누가 젤 보고 싶으세요? / 저희가 데려올게요 / 그때 노모의 입술이 잠시/ 잠에서 깬 누에처럼 꿈틀하더니/ “엄마...!” 라고 했다/ 아흔 셋 어린 소녀가/ 어디로 간 지 모르는 엄마를/ 해지는 골목에서 애타게 찾고 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오후에 노인회에서 행사가 있다고 초대를 받았는데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를 읽고 나서 행보를 바꿨다.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엄마 대신 엄마의 냄새가 맡고 싶었다.

단체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내빈으로 참석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행사 시작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2층에 자리한 행사장을 어르신들이 가득 채웠다. 내빈석에 앉아 어색한 마음으로 두리번거리는데 건너편 벽에 노인십계명이란 제목으로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몸을 청결히 한다(향수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 속내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노인이라는 것이 직위도 자격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등 열 가지의 계명이 적힌 액자가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청결히 한다는 계명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도 자꾸 가령취(加齡臭)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가령취’는 흔히 우리가 노인 냄새라고 한다. 나이(齡) 먹어서(加) 나는 냄새(臭)가 가령취다. 아직 노인이 되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대중버스를 이용해 서울에 갈라치면 옆자리 사람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옷차림에 각별히 신경도 쓰고 향수를 뿌리고 나가게 된다.

이 가령취의 원인은 ‘노네날’이라는 물질 때문이란다. 이 물질은 40대 이후부터 생성되는데 지방산의 하나인 9-헥사데센산이 과산화지질(過酸化脂質)이란 물질로 산화됨으로써 발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중년 이후 신진대사 저하로 인하여 발생하는 냄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이 냄새가 싫다고 손자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말도 우리는 많이 듣는다.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이고 원인을 알기에 더욱 청결을 생활화하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UN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명명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후 작년 8월 말부터 노인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도 우리나라 평균 출생아수는 1.08명으로 인구절벽이라는 우려의 뉴스를 전하면서 덧붙여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따라 자주 등장하는 기사는 그리 밝지 않다. ‘노인의 소득과 여가는 10년 전 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음’, ‘여전히 노인들의 자살률은 높고, 행복지수도 그다지 높지 않는 것이 사실’, ‘먹고 살기 힘들어 생계형 노인범죄 잇따라’, ‘자신의 부양문제로 싸우는 자녀에게 칼을 휘두르고 교도소’, ‘자신을 무시했다고 마트에 들어가 분신자살을 시도’ 등의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빈곤, 고독, 건강 등의 노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생긴 사건들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으니 앞으로 더 자주 접하게 될 소식들이기에 마음이 더 무겁다.

아침에 발송된 시로 인해 오늘 하루는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노인들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젊음도 시들어가고 있음을 신체 변화에서 느낀다. 이제 나도 그 대열로 들어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차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면 당당히 맞서고 싶다.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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