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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에 첫 메달 선사한 공주의 아들 신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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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12 16: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의 건아, 공주의 아들 신의현(37·창성건설)이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크로스컨트리 좌식 15㎞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겨울패럴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세 번째 메달이요, 크로스컨트리에선 첫 메달이다. ‘못 넘을 산은 없다’며 개척하고 도전해서 얻은 성취이기에 동메달일지언정 값어치는 금메달 못지않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한 질주였다. 신의현은 출전선수 29명 중 28번째로 출발했다. 3.8㎞ 구간까지 5위로 달리다 6㎞ 지점에서 4위로 치고 나왔다. 언덕을 오르는 그의 표정은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카메라의 담긴 이를 악문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신의현은 전날 바이애슬론 7.5㎞ 좌식에서 사격 실수로 5위에 머물렀다. 더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표정에 선명했다. 결승선을 2㎞ 남기고 중국 장팽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고, 최선을 쏟은 질주로 순위를 지켜냈다.

신의현의 딸 은겸은 “아빠 짱, 아빠가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우리도 그가 자랑스럽다.

신의현은 스물여섯 살의 대학생이던 2006년 2월, 대학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실의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 이회갑 씨는 아들이 왜 자신을 살려냈느냐고 울부짖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리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재활을 위해 시작한 휠체어 농구에서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스포츠를 섭렵했다. 그에게 창성건설은 날개를 달아줬다.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소속팀의 지원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덜었고, 지원 속에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노르딕스키 중에서도 크로스컨트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라비프에서 열린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종목과 크로스컨트리 15㎞ 좌식 종목에서 한국 노르딕스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의 기대를 높였다.

신의현은 목표는 금메달이었다며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의 겨울패럴림픽 도전 사상 첫 금을 안길 1순위로 주목받았기에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아직 바이애슬론 12.5㎞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패럴림픽이 주는 감동은 메달 획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고난과 사회적 냉대를 딛고 우뚝 선 인생 역전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그는 이미 금메달이다.

모든 스포츠가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지만 패럴림픽이 갖는 의의는 더욱 각별하다. 몸의 장애가 인간의 한계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을 통해 인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남과 조금 다를 뿐 마음만은 누구보다 건강한 선수들의 투혼에서 우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다. 신의현은 그걸 보여줬다.

신의현의 선전을 계기로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국민의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한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자. 아울러 메달은 따지 못했더라도, 아니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더라도 최선을 다한 선수와 임원진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자.

특히 같은 올림픽 경기장을 활용해 패럴림픽을 열기 시작한 건 1988서울올림픽 때부터다. 우리에겐 긍지다. 겨울패럴림픽을 역대 대회 중 모범적으로 치러야 하는 이유다. 평창 패럴림픽은 평화올림픽이면서 평등올림픽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 안에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진정한 이해와 소통의 다리를 놓는 스포츠 제전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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