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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그래서 인생은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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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20 16: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크로스컨트리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와 아이스하키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컬링도 여전히 인기 있는 종목으로 이번에도 즐겁게 보았다. 먼저 열렸던 동계올림픽에서 경기 규칙을 익혔기에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패럴림픽 선수들이 몇 배 더 노력했을 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열심히 응원하며 일희일비했다.

올림픽을 시작한 다음날 후배가 여고 동챙생이 패럴림픽에 나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건강했었는데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다고 했다. 운동회 때마다 달리기에서 1,2등을 다투었다는 둘만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데 가슴이 짠했다. 그러면서 한참을 불확실한 우리네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녀와는 담을 하나 사이에 둔 옆집 친구다. 담이라고 해 봐야 내 키밖에 되지 않아 양쪽 집 안팎일은 그림처럼 보일 정도로 훤히 다 알았고 그만치 가까웠다. 그 집 마루에서 밥 먹으면서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까지 들렸으니 생각하면 한 식구나 다름이 없었고 특별히 나와 동갑인 그녀와는 절친하게 지냈다.

그렇지만 학교는 나보다 한해 늦었다. 몸이 약한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원인은 인근에 그 친구 부모가 소작을 붙일 곳이 없었다. 1970년 그 때는 소득증대의 일환으로 갯벌을 막아 논을 만들었는데 전답이 없는 친구 부모는 30 리나 떨어진 곳으로 가서 농사를 지어야 했고 친구는 결국 5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나랑 같이 학교를 가겠다고 나서는 딸을 그 엄마가 붙잡았다. 그러자 그 친구가 나랑 같이 가겠다고 얼마나 울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녀는 집 가까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취업을 위해 일찌감치 학원을 다니면서 상고생들이 배우는 주산과 부기를 익혔다. 그 결과 주산과 부기 1급을 졸업 전에 땄다고 자랑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친구는 좋은 배우자를 만났고 아들과 딸도 국내 유명대학을 나와 좋은 곳에 취업을 해서 홀가분하게 여행을 즐긴다고 했다. 동창회를 다녀왔다면서 다른 친구와 후배의 소식을 전해 주었는데 내 기억 속에 공부도 못했고 뛰어나지도 못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후배들이 참 많이 성장해 있음을 알았다. 각자 요직에서 또는 사업에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는데 기대를 했던 후배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말끝에 그녀는 내가 음성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고 하면서 계속 시골에서 살 거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의 기억에는 그 때와 현재의 내가 상당히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제법 성공한 그들로서는 현재의 내가 좀 의아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그들의 성공에 찬사를 보내지 못했는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그들이 목표를 위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선수들의 대부분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피나는 땀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후일담을 들으니 얼핏 고향 후배들의 삶이 오버랩되었던 것이다. 자칫 개천에서 용 났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순탄하게 학교를 졸업한 나보다 월등 성공한 것은 가난을 딛고 악조건을 극복하는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혹은 밥숟갈 놓아봐야 안다고 했을까.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고들 말하는가 보다.

평창패럴림픽에 나갔던 후배 친구의 후일담을 다시 물어야겠다. 올림픽 기간 동안 텔레비전을 유심히 봤지만 안타깝게 그녀의 메달 소식을 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도전과 용기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장애와 편견을 딛고 일어선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기에.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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