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중심이 춘분점(春分點) 위에 왔을 때로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대개 입춘부터 봄이라고 하지만 유럽은 춘분부터 봄으로 친다.
춘분을 전후해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한다. 그리고 아울러 화단의 흙을 일구어 며칠 남지 않은 식목일을 위해 씨 뿌릴 준비를 한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다.
그래서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논밭을 첫 번째 가는 일)를 엄숙하게 해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고려사' 사한조(司寒條)에 "고려 의종 때 의식으로 맹동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 사한단(司寒壇)에서 제사한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날부터 얼음을 꺼내 썼던 것 같다.
"하루 밭 갈지 않으면 한 해 내내 배고프다"라고 했다. 이때는 겨울철에 얼었다 땅이 풀리면서 연약해진 논두렁과 밭두렁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말뚝을 박기도 하고 하늘바라기논(천수답)처럼 물이 귀한 논에서는 물받이 준비도 했다.
음력 2월 중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때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고 하고, 이 때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 또는 '피안의 시기'라 하여 극락왕생의 때로 본다.
춘분을 1년의 새로운 출발로 보아 사형처럼 좋지 않은 일은 춘분 전에 끝내려 한 뜻이 아닌가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서 농사를 준비하고 어둡고 좋지 않은 일을 춘분 전에 털어버리려 한 것을 보면 예전에 춘분은 상당한 의미가 있던 절기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