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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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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01 16: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3월 21일, 학부모총회와 체육대회 그리고 운동장과 급식실의 준공식까지, 3개 행사를 통합하여 개최했다. 학부모님들의 번거로움을 한 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었다.

행사를 잡으려면 날씨가 관건이다. 3월 21일은 춘분이면서, 날씨까지 괜찮다고 예보되었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그램을 짰다. 여러 행사를 통합하는 첫 시도이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결점이 드러나 빼기도 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프로그램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유공자에게 수여할 감사패와 기념품도 챙겼다. 만국기를 설치하니, 체육대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이어졌다.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일부 학부모님께서 체육대회 연기 여부에 대해 물으셨다. 오죽하면 학부모님들께서 전화하셨을까 싶어 고심했다.

학사 일정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의 연월차 일정까지 고려할 게 많았다. 몇 번의 숙의 끝에,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하여, 체육관에 현수막도 게시하고, 레크레이션 강사도 섭외했다.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학부모님들께 전자우편으로 발송했다.

행사 하루 전인 밤 9시 30분쯤, 예닐곱 명의 선생님들과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다가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의 부음이었다. 폐암과 당뇨병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생활하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말에 허망했다. 5남매의 맏이로 문상객을 맞이했지만, 눈이 내리는 탓에 학교 행사가 걱정됐다.

그 날 저녁, 조문하러 오신 교감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레크레이션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고 말씀하셨다. 추후 소규모 체육대회를 운동장에서 실시하기로 협의했다기에, 그 날만큼은 비·눈·미세먼지가 없길 소망했다.

준공식에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님을 비롯하여 배상현 유초등교육과장님과 최경로 동부교육장님, 박수범 대덕구청장님과 박희진 대전시의원님,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님과 안대식 대덕구축구협회장님, 강영근 총동창회장님과 인근 학교의 교장 선생님·운영위원장님들이 참석하셨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작년 말에 인조잔디와 우레탄으로 조성됐다. 인조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분 문제로 시끄러웠던 시점이었다. 5억 7000만 원이 소요되는 운동장 공사를 앞두고,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지혜가 필요했다.

마사토와 우레탄・인조잔디의 장·단점을 분석하기 위해, 학부모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몇 차례 설명회를 가졌다. 30여 명의 학부모님들과 버스를 대절하여, 서울 지역 초등학교 2곳을 견학하기도 했다. 충진제를 선택할 때에는 교직원과 학부모·졸업생 2팀이 6개 학교를 방문하여 벤치마킹하였다.

유홍미 체육부장님(현 대전계산초)은 운동장과 급식실이 잘 조성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했고, 정성희 행정실장님(現, 대전두리초)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공사 관계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아낌없이 뒷바라지 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에서는 두 분을 초청하여 공동으로 감사패를 수여했다.

동부교육지원청 시설과 관계자들은, 새롭게 적용되는 우레탄 KS 규정(유행성 검사 25가지, 품질검사 5가지)과 유해물질 검출 시 대책 및 유지보수 방안 등에 대해 학부모님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수시로 공사 현장을 방문하여 학교에서 챙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땀이 모아져 6레인(lane)의 직선 주로와 3레인의 곡선 주로를 갖춘 우레탄 트랙이 마련되었다. 축구부 학생들이 훈련할 수 있는 55m 길이와 35m 폭을 갖춘 인조 잔디 구장도 갖추었다. 주말만 되면 휑했던 운동장이, 이제는 늦은 밤까지 놀러 온 학생들과 지역주민들로 북적인다.

8억 3700만 원이 소요된 급식실 현대화사업은, 지난 겨울방학과 동시에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여 올해 2월 28일에 마무리하였다. 새로 조성된 급식실은,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시스템을 적용하여 위생적인 조리 환경과 현대화 된 설비를 갖추었다. 32명이 사용할 수 있는 룸(room)도 하나 더 꾸몄다.

점심을 먹고 나오던 학생들이,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라서 밥맛까지 더 좋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은 듯이 풀린다. 학교장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지만, 학부모님과 지역주민들은 대대손손 학교 시설을 이용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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