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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낯부끄러운 연기자 성상납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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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5.02 18: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순위는 연예인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스타가 될 꿈에 부풀어 연예계 언저리를 기웃거린다. 때문에 수도권만 220여 개의 연기학원이 있고 이곳에서 배출되는 연예인 지망생은 연간 4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대학의 연극영화과 등 대학 관련 연예 학과에 다니는 학생 수만도 3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스타는 커녕 이들 중 데뷔의 기회를 잡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같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불균형은 연예계 주변에서 갖가지 인권 침해를 낳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좁은 문’을 뚫어야 하는 신인 연기자 지망생 입장에서는 어떠한 유혹에서 뿌리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연기자 및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그간 일부의 폭로나 소문으로 나돌던 성 관련 인권 침해 실태가 명백히 밝혀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많은 여성 연기자들은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성(性)접대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를 거부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인 48.4%가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 등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3월 고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진 화려한 삶 뒤편에서 벌어지는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실태가 이번 조사를 통해 입증이 된 셈이다.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기 지망생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여성 연기자들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고 답한 것이 31.5%였고 성폭행과 같은 범죄 피해도 6.5%나 돼 범죄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도 현역 연예인들에 비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 사례가 72.3%였고, 여성 연기자의 55%는 유력인사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스폰서 관계’제의도 받은 것도 58.7%로 조사됐다. 또 기획사와의 불공정 거래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가운데 절반 정도인 49.2%가 ‘행사에 무상 출연을 강요당했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재정이 부실한 일부 기획사들은 여성 연예인을 매개로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성 연기자에 대한 다양한 인권 침해 문제는 성우, 가수, 모델, 진행자 등을 포함한 여성 연예인 전반에 공통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인권 침해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수요와 공급의 현저한 불균형이 가장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설문에 응답한 연기자의 89.2%가 공식적 오디션보다 비공식적 미팅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매니지먼트협회에 등록된 회사 외에도 많은 영세 군소 기획사가 숫자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 명멸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대형 기획사는 불공정 계약이 문제고 군소 기획사는 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인권이 더욱 보호받기 힘들다. 실례로 인기 그룹 ‘동방신기’멤버들과 대형 기획사 SM간 분쟁을 계기로 불거진 ‘노예계약’관행이 대표적이다.

또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고(故) 장자연씨 사태로 드러났듯 술 접대, 성 상납 요구 등의 병폐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모 여성 탤런트가 미성년자 시절 기획사 이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방송 도중에 고백하는 일이 생겨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국 대중문화의 낯부끄러운 이면(裏面)이다. 이처럼 연예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자면 낙후된 연예산업의 시스템을 확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외국처럼 일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만 기획사를 운영토록 하고 공정한 오디션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때문에 연예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하부구조가 선진화되지 않는다면 한류의 지속적 성장도 기약하기 힘들다. 아무튼 스타가 될 꿈을 안고 연예계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리지만 이들을 제대로 키워낼 역량있는 튼튼한 연예기획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벗어나려면 철저한 자정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장자연과 같은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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