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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행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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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29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2018년 4월 20일 금요일, 제38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에서 열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삶’을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 학교의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박선미 선생님이 유공교원으로 선정돼 대전시교육감이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았다.

선생님의 품에는 꽃다발 3개가 안겼다.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그리고 가족이 준 선물이다. 시상식이 끝난 후 설동호 교육감님께 부탁하여 선생님의 가족과 함께하는 기념사진을 찍어드렸다. 평소 장애인 교육에 헌신하여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으신 최경노 동부교육장님도 기꺼이 동참해 주셨다.

박선미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부임하신 지 3년째 되는 기간제교사이다. 특수학급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현장체험학습도 자주 나간다. 방송부 학생들을 지도하여 격주로 열리는 방송조회도 진행하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여기까지는 보통 업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이면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은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즐기셨다. 아니,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나섰다. 우리 학교는 격주마다 월요일에 방송조회를 하는데, 선생님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금요일에도 방송조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전교생에게 장애인을 주제로 책 읽어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선생님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올해 특수학급 학생이 3명에서 2명이 되며 특수보조실무원 자리가 없어졌다. 선생님은, 휠체어를 타는 통합반 학생의 담임선생님과 협의하여, 친구들이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을 돕게 했다. 장애학생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살아있는 교육을 실천하면서 보조교사 인력 부족까지 해결하였다.

선생님은 제자의 재능을 살리기에 힘썼다. 그러니까 작년 3월 초였다. 선생님은 교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특수학급 학생 중에서 달리기에 재능을 가진 A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싶다고 했다. 조만간에 충남 아산에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가 열리는데, A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선 학생의 실력부터 테스트 받아보라고 했다. 대전장애인체육회에 다녀오시더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좋아했다. 안전에 유의하여 열심히 지도해 보라고 했다. 선생님은, 방과 후에 매주 2~3차례씩 15회에 걸쳐, A를 한밭종합운동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학생은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드디어, 2017년 5월 17일, 아산의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제11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경기가 열렸다. 대전광역시 대표로 참가한 A학생을 응원하기 위해 지도교사와 경기장을 찾았다.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선수들과 육상대회 관계자들의 모습만 보이는 듯 했다. 뜨거운 햇살만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A가 100m 출발선에 선 모습을 보며, 필자는 우리 학생이 달리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결승선에 누가 먼저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전광판에 14초 43으로 1등 했다는 문자가 떴다. 이튿날 열린 200m 달리기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A는 10월 31일에 열린 ‘제6회 대전시교육감배 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도 육상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졸업과 동시에 B중학교에 스카우트 되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그렇게 박 선생님은 제자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셨지만, 필자는 선생님에게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나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이 입상하게 되면, 지도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연구 점수)이 주어지거나 해외 연수 기회가 부여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는 그러한 혜택이 없다. 선생님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출장에 간식까지 제공해 주셨다며, 되레 필자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사단법인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서 장애인을 위해 애쓴 교원을 추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공적조서는 쓸거리가 넘쳤다. 며칠 후, 표창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은, 기간제교사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교직원의 친목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제자의 잠재력 발휘를 위해 힘껏 노력하신 선생님이 받은 상이라, 필자의 마음 역시 기쁘고 뿌듯하였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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