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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선보인 면천두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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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29 16: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남북정상회담 만찬과 관련해 충청도에서 선보인 당진 면천두견주와 서산 한우구이가 눈길을 끈다.

이중 면천두견주의 내력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러 맛의 향연 속에서 그 우아하고 고결한 자태와 풍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일화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고려 개국 일등공신 복지겸(卜智謙·면천 복씨 시조) 장군이 중병에 들어 산 좋고 물 좋다는 충남 당진의 면천에서 요양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그에겐 17세 된 아름다운 딸 영랑(影娘)이 있었다. 효녀였던 영랑은 면천 아미산 몽산여단(夢山?壇)에 가 아버지 병을 낫게 해 달라며 간절한 치성을 드렸다. 100일째 되던 날 새벽 마침내 신선이 현몽해 해답을 내려주었다.

“아미산 진달래꽃을 따다 반드시 안샘 물로 술을 빚어 100일 후 마시게 하고 안샘 옆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어 정성을 드리라”는 것이었다.

100일 후 이 술을 마신 복지겸은 완쾌됐다.

극진한 효심이 빚어낸 진달래향 그윽한 두견주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빛을 다시 한 번 과시한 셈이다.

당진에서는 딸의 지극한 효성이 아버지 병을 고쳤다 해 효주(孝酒)로 부르며 가정제례는 물론 각종 행사 때 건배주로 사용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1986년 11월 1일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6-나호로 지정한 우리 명주다.

연한 황갈색의 두견주는 찹쌀 52%, 누룩 6.2%, 진달래꽃 0.2%, 물 41.6%의 배합으로 저온숙성 발효시키는 생주(生酒)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입증돼 성인병 예방 약주(藥酒)로도 유명하다.

두견주는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 왜목마을 낙조 등을 보러 오는 관광객 급증으로 그 명성 또한 날로 높아가고 있다.

양조 현장을 찾은 동서양 외국인들이 술 맛에 반해 탄성을 연발한다고 한다.

생주여서 한 달밖에 냉장보관이 안 되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두견주의 참 맛을 전하는 ‘장점’이다.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영국 BBC방송은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고 ‘요리외교’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를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만찬 테이블에 평양 옥류관 냉면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달고기 구이(흰살 생선구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학한 곳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감자요리 ‘뢰스티’를 재해석한 감자전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외국 언론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선보인 메뉴 전체가 매혹적이다. 특히 남북한 모든 지역을 아우르고 있어 통일을 부각시키는데 일조했다”는 반응이다.

그런점에서 면천두견주가 정상회담 메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네덜란드의 튤립 생화가 봉오리진 채 한국 화원에서 판매되듯이 면천두견주도 국내 수요만 기대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대관식 때 헌정된 술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로열 샬루트’가 즉위식에 21발 예포가 사용한점을 착안한 21년 숙성 원액을 브랜딩해 국제주류품평회서 2년 연속 최고 명주로 선정된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면천두견주는 수백년을 이어오고 있는 극진한 효성의 결정체이다.

명주의 내력과 역사를 알고 마시면 주류의 격조와 품위도 달라진다.

충남도는 이를 계기로 세계인이 극찬한 남북 정상회담 메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당진 면천 두견주를 세계적 명주로 성장시키는데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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