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빛 좋은 교장공모제 되지 말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0.05.10 20: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교장 자리가 사고 팔리고 교장들이 관련 업자들로 부터 뇌물을 받는가 하면 노른자위 지역 교장은 교육당국이 낙하산을 타고 내리게 하는 등 해묵은 교육계 비리가 터지자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내놓은 처방이 교장공모제다. 때문에 연공서열의 틀에서 벗어나 학교 공동체가 원하는 유능한 인물을 교장으로 임용한다는게 교장공모제의 기본취지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1학기 말에 교장이 정년퇴직하는 전국 767개 학교 가운데 56.7%인 435개교 교장을 공모제로 임용한다고 공고했다. 이에따라 각 지방 교육청들은 교장 공모제에 따른 공고를 내고 심사기준을 제정하는 등 교장공모 실무에 들어갔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공고기간이 끝나 1차 심사준비에 착수한 곳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르는 사이에 교장의 반 이상을 공모제로 뽑는 제도의 변화가 앞서 가고 있다. 또 일부 학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들은 벌써부터 교장 공모 심사로비의 대상이 됐다.

갑자기 학교 교장실과 교무실의 분위기가 교육외적인 요인으로 술렁거리는 학교가 많다. 때문에 교장 공모에 입후보할 사람들은 교장공모 심사를 맡게 될 학운위 위원들에게 연줄을 대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교육당국이 교육계 비리의 근절책으로 꺼내 든 이 처방이 과연 효력이 있을런지 기대를 걸어 본다.

그러나 일선 교육계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공연히 퇴임교장들의 정년만 연장시키는 제도가 아닐지 걱정도 된다. 왜냐하면 공모 교장의 응모 자격을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한 것이 호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자라도 자격만 있으면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평교사와 외부 인사를 제한하는 바람에 의미를 잃은 교장공모제가 형식마저 깨뜨리고 있으며 교장공모제를 무력화하는 셈이 됐다. 게다가 종전과 달리 공모심사위 심사결과를 무순(無順)으로 추천토록 해 교육청이 개입할 소지가 넓어졌고 교육청의 2차 심사도 내부인사와 교육청 추천인사로 구성되게 돼 종전제도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계 비리가 터지면 뼈라도 깎을 것처럼 유난을 떨었지만 실상 교육당국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격이 됐다. 이같은 뻔뻔한 고백 앞에 학부모들은 한없이 절망하고 있다. 때문에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은 능력있는 사람을 교장으로 뽑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교장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폭넓은 내부형을 원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교총의 여론조사 결과 교사의 80% 이상이 초빙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내부형 또는 개방형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교장자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은 자칫 정치색으로 물들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당연히 학부모들과 교사, 지역전문가들의 추천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1차 추천자인 학교심사위의 권한을 위축시킨 방침에 불만이 쏟아지는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아도 교육감이 교장을 최종 낙점하도록 돼 있던 차에 종전보다 나을 게 없는 추천, 선출방식이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교육적이고 도덕적어야 할 곳이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교육관료들의 탁상 아이디어만으로는 안된다. 널리 지혜를 구해 좋은 개선안이 있으면 차근차근 법을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임명섭 주필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