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이 온통 산과 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시기로 이맘때는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진다.
밭작물 가운데 보리와 밀은 곡우에 씨를 뿌려 망종 뒤에 거두고, 그 외의 밭곡식과 목화 따위는 입하에 씨를 뿌려 추석 무렵에 거둬들였다.
입하가 되면 농작물도 자라지만, 아울러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들을 없애는 작업도 많다. 서울 송파지역에서는 세시행사의 하나로 입하 무렵 쑥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이때쯤이면 햇차가 나올 때다.
흔히 마시는 녹차는 곡우 전에 딴 우전차를 최상품으로 치지만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艸衣)선사는 "우리 차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 전후가 가장 좋다"고 했다. 곧 전통차에서는 완숙하면서 깊은 여름차가 더 잘 맞는다는 말입니다. 입하는 활짝 핀 꽃을 즐기고 완숙한 차를 마시며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하는 절기입니다.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 5권을 보면 명나라 '오잡조'를 인용해 "소한 이후 입하 이전은 한 절기에 세 차례씩 화신풍이 부는데, 매화·산다·수선·서향·난화·산반·영춘·앵도·망춘·채화·행화·이화·도화·체당·장미·해당·목란·동화·맥화·유화·목단·도미·연화의 24가지 꽃이 핀다"고 했다. 절기상 입하는 바야흐로 꽃의 계절임을 알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