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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어버이 마음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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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08 15: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올해 어버이날은 마흔 여섯 번 째 맞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의 행사를 하여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어 1973년에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하여 지정하였다.

3일 연휴를 지나 평일이 어버이날이라서 연휴동안에 집집마다 자식들이 미리 오가는 눈치다. 우리 애들도 올텐데 하고 기다리다 작은 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하니 “일요일 날 갈게요” 한다. 다시 큰아들과 통화하니 코맹맹이로 연구소에서 쉬는 날도 없이 일한다고 하며 감기가 잔뜩 걸린 목소리다. 많이 아픈 것 같아서 안쓰러워서 뭐 필요한 것, 먹고 싶은 것 있음 말하라고 하니 “어머니 힘드신데 괜찮아요. 다음 주말에 갈께요” 한다.

부모가 되어서 이런 날은 함께 있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다 보니 잠깐 아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특별한 날이라고 여겨 자식들과 같이하고 싶은 내 욕심이 그간 못 챙겨준 큰아들에게 미안했다. 체육교사로 발령이나 처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아들에게 화장품 선물을 받았다. “ 왜 이리 비싼 것을 샀냐?”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내가 너를 뒷바라지를 그만큼 했으니 어버이날 나에게 선물 하는 것은 당연해” 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나도 부모님께 특별히 챙긴다는 것은 식사대접과 고작 용돈 몇 푼 드리는 일이다. 이번에도 모인 가족끼리 어머니를 모시고 외식을 했다. 몸이 불편하여 평소에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때만은 자식들 따라 나서는 걸 좋아하시니 좀 괜찮은 식당으로 막내 동생이 예약을 하였다. 그곳은 모두가 부모님을 모시고 온 팀으로 가득 차 시끌벅적했다. 엄마도 부모의 한 사람으로 이렇게 소소한 일로 사람들이 붐비는 식당에서 자식들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엄마의 존재감을 내세우고 싶으신 걸까.

좀 이례적이긴 하지만 카네이션을 단 엄마의 야윈 모습이 올해는 더 많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멋쟁이 아버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아버지 생전에 계실 때는 선물 속에 편지도 넣어 드렸었다. 이상하게 아버지와는 감성이나 여러 가지가 잘 통했다. 아버지는 내 편지를 읽으시고 특별히 말씀 안 하셨지만 다음에는 집에 새 자전거가 있거나 공책과 연필을 더 많이 주셨다. 내가 초등 때 아버지는 문구류를 집에 사다 놓고 나눠 주셨다. 난 툭하면 노트와 연필을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인심 쓰는 줄 아셨겠지만 사실은 6학년이었던 동네 언니한테 뜯겼었다. 날마다 공책이나 연필 중 한 가지는 갖다 바쳐야 했고 물품을 안주면 돈을 달라하는 그 언니가 악마 같았다. 어린 나는 이런 일을 숨기고 아버지께 날마다 공책과 연필을 타내야만 했고 엄마한테는 돈을 타내야만 했다. 나는 거짓말을 해야 했고 지금 생각하니 참 끔찍한 일이었다.지금의 학폭, 금품갈취를 당한 셈이다. 다행이 그 언니가 졸업을 하고 서울에 있는 공장에 가는 바람에 평화를 찾았고 그간 꽤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쩌다 집안 애경사에서 만날 때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안부를 물어오는 악마 같았던 언니를 마주해도 시간 속에 묻혀 나 혼자만 아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부모는 평생 자식바라기인 것 같다.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도 그때가 마지막 편지가 될 줄이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 학생들에게도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쓰기를 했다. 해마다 정성껏 감사의 편지를 쓰도록 진행하는 일이지만 자발적이기보단 억지로 써서 내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우수 편지글을 모아 시상을 하기로 하였다. 각 반에 최우수, 우수, 장려상을 정하여 상장과 상품을 수여하기로 하여서 그런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한 명당 한 통씩은 써서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였다. 큰상품은 아니어도 어른이나 아이나 상을 탄다는 것은 신나는 일인 것 같다. 상담실에 수북이 쌓인 편지를 심사하기도 전에 벌써 “누가 제일 잘 썼어요? 우리 반에서 누가 일등 이예요?” 쉬는 시간 마다 쫓아와서 묻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우리아이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누구에게 썼을까.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많이 하고 참을성도 많이 부족한데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 부모든 누구든 자녀가 쓴 편지를 받으면 진심으로 읽고 가슴 뭉클한 어버이날을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식들이 온다고 열무물김치를 잔뜩 해 놓고서도 자식들 기 살리려고 이날만은 외식을 허락했던 엄마, 부모님 삶이 가르침으로 내 삶이 되었고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말보다 나의 삶을 전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단 엄마의 모습이 더욱 환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자식들과 함께 그 어떤 향기보다도 좋은 엄마표 열무김치 향내를 맡을 수 있으니까. 코끝이 아려온다.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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