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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버지의 틀니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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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13 16: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치과에 다녀온 아버지가 오늘따라 더 말씀이 없으시고 기운이 없어 보이신다. 아마도 오전에 치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들으시고 본인의 행동에 대한 후회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시나 보다.

친정아버지는 원래가 겁도 많으시고 고집이 센 편이신데, 그 중에서 치아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올해 여든 다섯이신 아버지는 임플란트 시술에서부터 틀니 시술까지 총 6번의 치아 시술을 받으셨는데 시술비만 해도 몇 천 만원이 훨씬 넘어섰다. 사실 올케들한테 아버지의 치아 시술로 인한 부담은 이젠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 작년에는 나 혼자서 경비를 부담한 적도 있었는데, 2주 전 다시 틀니가 맘에 안 들고 불편하다며 집에서 틀니를 또 손수 해부하셨다. 벌써 4번째 틀니 해부 시술…. 솔직히 맘 같아서는 이번에는 모른 척해 버리고 싶었는데 방치하게 되면 잇몸이 내려앉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다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르신들에게 틀니 관련 시술은 빠를수록 좋다. 또한 어르신들에게 틀니가 필요한 이유는 자연치아가 빠진 채 방치될 경우 대합치아가 나거나 인접치아가 비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연치아가 상실되면 이를 둘러싸고 있던 뼈, 즉 이틀뼈가 흡수되어 잇몸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틀니를 해 넣지 않으면 이틀뼈의 흡수가 빨라져 이후에 틀니를 만들어 넣기가 어렵다.

고대의 틀니는 금속선이나 띠고리로, 상아를 비롯해 소, 하마 등의 이빨을 깎은 것을 잇거나 납땜질한 것이었는데 현재의 부분틀니나 가공 틀니 등의 방법과 유사하다. 총틀니가 선을 보인 것은 17, 18세기로, 특히 근대 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P. 포샤르(1712~80)가 현대의 틀니와 비슷한 총틀니를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Daum 백과)

어처구니 없는 아버지의 치아 해부 시술로 집안이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15년 전 아버지의 임플란트 시술 사건 때만큼 일이 커졌다. 그 당시에 임플란트 시술은 내가 먼저 아버지에게 권하였고, 처음에는 동생들의 반대가 심하였는데 결국에는 동의하였다. 그 이유는 임플란트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방법인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틀뼈에 인공치아뿌리를 식립하고, 인공치아뿌리와 이틀뼈 사이에 골조직이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그 다음에는 틀니를 이틀뼈에 식립되어 있는 인공치아뿌리에 나사로 고정하여 틀니가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임플란트의 장점은 다른 틀니 시술과는 달리 튼튼하게 고정됨으로써 틀니가 덮는 구강점막의 면적이 작아 이물감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정아버지는 임플란트 시술 도중에 너무 무섭다며 자취를 감추셨고, 나중에 친구 분께서 적극 추천하신 부담감이 적은 부분틀니 시술을 하셨다. 이후로 친정아버지의 틀니 수난기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어르신들 치아 시술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노인들의 틀니,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저소득층 어르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이를 보장하겠다”며 ‘반값 틀니, 임플란트’라는 대통령 공약을 내놓았다.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후 노인에게는 작년 11월 1일부터 노인 틀니 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추었고, 임플란트 시술비 또한 올해 7월부터 본인 부담금 50%에서 30%로 인하되었다. 나 역시 양쪽 어금니 임플란트 시술을 조금 더 참았다가 10년후쯤 계획하고 있다.   

예로부터 치아건강은 오복 중의 하나라고도 하였는데 특히 치아 건강은 노년층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그 이유는 치아가 건강해야만 잘 먹을 수 있고 먹는 즐거움 또한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할 수 없이 망가진 틀니를 가지고 친정아버지와 함께 치과를 방문하였는데 친정아버지의 잘못된 틀니 착용 및 사용에 대한 담당 의사 선생님의 모진 꾸중이 있었다. 아울러 친정아버지는 현재 잇몸과 치아에 출혈과 잇몸변형 등의 부작용으로 완전틀니를 조만간 고민해야 된다고 하셨다. 겁먹은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아까 의사 선생님께서 식후에는 틀니와 구강 세정 꼭 시행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틀니는 물에 꼭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고 하셨재. 그리고 틀니 손상 시에는 치과에 가서 반드시 수리를 맡겨야 하고.”

우리 아버지가 점점 여러 측면에서 젊어지고 계시는 것 같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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