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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천성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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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15 16: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딸아이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가수 조용필 콘서트 티켓을 선물했다. 티켓 오픈하고 순식간에 매진이 되어 버려서 나란히 앉는 자석을 구입하지 못해 남편은 일층 바닥 좌석을 나는 2층 좌석을 예매했다고 했다. 나란히 앉아서 봐도 선심 쓰듯 갈 남편이었는데 잘 됐다 싶은 지 남편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취향이 나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지라 강요하지는 않았다.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기간에 처음 들었다. 우리 반 가수 지망생인 친구에게 라디오에서 ‘창밖의 여자’를 들었다 했더니 요즘 유행하는 노래라며 불러 주었다.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하교하지 않고 몇 명 남은 친구들과 공부는 뒷전이고 그 친구에게 노래를 배웠던 추억이 있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그 이후 조용필을 좋아했다. 많은 날들을 그의 노래로 위로 받았으니 데뷔 50주년 기념콘서트는 가서 봐 주는 것이 팬으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한다며 혼자라도 다녀오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좋아한 가수라고 공연 티켓을 선물한 아이들 마음이 예뻐서 나까지 예매를 취소하기 싫었다.

혼자라도 가겠다고 하니 큰아이는 걱정하지 말라며 동서울터미널로 마중 나와서 잠실종합운동장에 모셔다 드리고 운동장 주변 커피숍에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 큰아이의 중요한 일정이 잡혀서 콘서트가 끝나는 시간에나 모시러 올 것 같다면서 작은아이 더러 터미널 마중과 운동장까지는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자 작은아이가 “아니 엄마가 애기야 서울 한두 번 오는 것도 아니고 엄마 잠실 운동장 몰라.”한다. 작은아이가 언니에게 하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울컥하고 올라왔다. 큰아이는 “야. 엄마가 길을 몰라서 그러냐? 다른 것도 아니고 혼자 콘서트 보러 가시는 것 기왕이면 우리가 모셔다 드리면 좋잖아 아빠도 안 가시는데” 그래도 작은아이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큰딸 괜 둬. 엄마 혼자 잘 갈 수 있어.”

“애고 우리 엄마 또 삐지셨구만. 우리 엄마도 늙었나벼”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낳은 딸인데 어쩜 저리도 다른지 작은아이의 냉정함에 가끔 서운할 때가 있다. 둘 다 같은 교육 방법으로 내가 키웠는데 어떤 원인으로 저렇게 다르게 성장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6세 이전까지 아이들의 성격이 형성된다는 학설을 내놓았는데 6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도 해 보고, 우리 집 환경이 혹시 큰아이 키울 때 와 달랐나 생각해봤다.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다만 작은아이라고 너무 과잉보호를 했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침에 화장을 하다가 깨달았다. 나의 화장 마지막 코스가 입술을 그리는 것이다. 그날의 날씨와 하루 일정을 생각하면서 입술색깔을 결정한다. 움직임이 많은 날은 진한 색을 바르는데 그러면 좀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립스틱 색깔은 연한색상이다. 아침에 어떤 색을 바르고 나가느냐가 하루의 입술색깔을 결정함을 알았다. 아침에 진한 색 립스틱을 바르고 나가 그 위에 덧바르면 처음 발랐던 기초색이 있어서 한결 환한 색이 된다. 그런데 아침에 연한 색을 바르고 나와서 휴대용 립스틱을 덧바르면 그날은 연한 입술 색을 가지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본 바탕이 선하며 마음 씀씀이가 섬세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그 본 바탕을 쉬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천성이 고와야 한다는 말도 한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라는 작가는 ‘개성의 탄생’이란 책에서 한 개인의 성격이 형성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50%이며 부모는 2%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어차피 나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인자이겠지만 그래도 묘하게 면피를 받은 느낌이다. 다정한 면은 큰아이보다 떨어지지만 작은아이만의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서운해 하지 말아야겠다. 부처님은 마음이란 본래 청정하여 부처가 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살아가면서 48%는 작은아이의 노력으로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그 청정함의 씨앗을 믿고 싶다.

혼자서는 처음 가보는 공연이지만 쑥스러워 하지 말고 맘껏 즐겨보리라. 노래의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리라. 토요일이 무척 기대가 된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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