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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연꽃과 연등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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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22 15: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산행하는 날 아침, 절에 모였다.

지난달, 내가 다니고 있는 사찰에서 한 달에 한번 산에 오르자고 산악회를 만들었다. 말이 산악회지 제대로 산을 타는 사람은 고작 몇 명이고 다리가 아파서, 숨이 차서, 여러 가지 이유로 높은 산은 고사하고 얕은 산도 힘들어하는 신도가 모여서 구성하였다. 그저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다. 우리는 둘레길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둘레길 걷는 일보다 더 급한 일로 우선 절에 모였다. 초파일 행사 준비로 연등과 많은 종류의 등 다는 일을 봉사하기로 하고 시간이 남으면 봉학골에 있는 웰빙 길을 걷기로 하였다. 절에 도착하니 벌써 처사님들은 사다리에 올라가서 미리 설치된 줄에 봉축등을 달고 보살님들은 까치발을 띠면서 등 작업을 하고 있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안거를 시작하면 밤에는 기도하고 낮에는 노보살님들이 연등을 만들기 시작하여 동안거 끝날 때까지 초파일에 달 연등을 만들었다. 이제 노보살님들은 기력이 없으셔서 더 만들지 못하게 되었고 조금 젊은 보살들은 돈 버는 일과 집안 살림살이 만으로도 분주하여 이제 만들어 놓은 등을 사서 쓰고 있다. 연등은 연꽃모양으로 만들어 꽃 속에 촛불이나 전기를 연결하여 밝힌다.

어느 때부터 인가 연꽃이 좋아졌다. 전에 수련 서너 포기와 어리연, 가시연을 고무함지에 심었었다. 그해 한철에는 화분이 모자라도록 연초록 잎이 퍼지더니 분홍 꽃, 흰 꽃이 번갈아 이삼일을 피었다 지곤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피는 연꽃과 인사를 나누며 행복해 했지만 추운 겨울 관리를 소홀하게 하여 집에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한 번쯤 연꽃을 보러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 세미원을 찾아 둘러본다. 백련, 홍련, 자련, 어리연, 수련 등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연들을 꽃봉우리부터 활짝 핀 꽃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 같고 막 아름다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연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을 상징한다. 나아가 빛과 극락정토(極樂淨土)를 상징하기도 해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진리, 대도, 절대(絶對)를 상징하며 세 가지 덕성을 가지고 있다.

그 한 가지는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싹이 나는 열매는 종자불실(種子不失)의 뜻이고, 또 한 가지는 더러운 연못에서 피어났지만 꽃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듯이 더러운 곳에 살면서도 그 곳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마지막 한 가지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나타나므로 화과동시(花果同時)의 뜻을 가지고 있다.

연(蓮)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뿌리는 가끔 반찬으로 졸여 먹고 어쩌다 지인이 꺾어다 준 연잎은 덖는 것 만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서 그냥 썰어 말려서 차를 만들고, 꽃은 화장품을 만들기도 한다지만 꽃차를 만들려고 냉동실에 얼려 놓고 열매는 직접 꺾어보진 않았지만 줄기까지 길게 꺾어 말려서 꽃꽂이할 때 사용하고 장식용으로 쓴다.

그중에 백련은 맑고 투명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 순수함을 뜻 하여 중생의 본마음(佛性)은 본래 맑고 순수하므로 있는 그대로가 부처님 마음이 아닌 것이 없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 사찰에서는 ‘진실한 가르침의 연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묘법연화경 ‘법화경’ 한국어로 번역된 경전을 독송하고 공부하고 있다. ‘법화경’은 부처님의 묘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해서 ‘묘법’이라고 하고 묘법은 마치 저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수면 위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혼탁한 세상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얼마든지 불법의 진수를 체험하고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심오한 경지를 어찌 깨칠 수 있으랴만.

산행팀의 헌신으로 등 작업이 마무리되어 어느새 법당 저 끝부터 마당까지 붉은 연꽃이 피었다. 초록 햇빛에 나뭇잎이 반짝이니 분홍꽃 연등이 더욱 화사하다. 초파일날은 연등을 바라보며 연꽃의 마음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소원성취를 염원하겠지. 식구들의 소원과 이름과 나이를 적은 연꽃등 꼬리표가 바람에 나폴거린다.

자! 이제 웰빙 길을 걸어볼까? 무심으로.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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