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계룡산 천황봉을 열어라
[데스크 시각] 계룡산 천황봉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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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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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택 논설실장
▲ 안순택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을 잘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는 소탈한 모습은 종종 가슴을 두드리곤 하지요.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인 김소형 씨를 안아주면서 위로하던 모습은 진한 감동으로 아직 남아있습니다.


소통은 청와대 앞길을 여는 것에서, 이번엔 인왕산을 여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형성된 인왕산 옛길은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개방하기는 했지만 일부 구역은 경호 문제로 막혀있었습니다. 거길 탐방로로 만들어 오는 11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청와대 경호처의 설명입니다.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은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일반인 접근이 통제됐지요. 그러니 50년 만에 열리는 겁니다.


소통은 이처럼 닫힌 걸 여는 겁니다. 닫힌 마음을 열어 마음을 나누고, 닫힌 길을 열어 사람이 서로 오고 가게 하는 것입니다.


‘열림’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나는 계룡산 천황봉을 떠올립니다. 다 여는 데 왜 계룡산 천황봉은 열지 못하는 것일까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계룡산 천황봉이 막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벌써 반세기가 되어갑니다.


천황봉이 막힌 건 처음엔 그곳에 통신시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땐 암용추, 숫용추는 갈 수 있었지요. 천황봉이 지금처럼 입구부터 꽁꽁 틀어막힌 건 1984년 이른바 ‘6·20 사업’ 때부터입니다. 지금의 계룡대를 만드는 것이었지요. 이때부터 천황봉 쌀개봉 암용추 숫용추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계룡산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왜 천황봉을 못 여느냐 하고 물으면 계룡대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글어스로 세계 어디든 지형지물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세상에 계룡대가 보이기 때문이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당국의 의지가 문제지요.


청와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북악산도 10년 전 열렸습니다. 경호를 위해 막았던 인왕산도 엽니다. 왜 천황봉만 막아야 하는 거지요?


전북 김제 모악산 입구엔 고은 시인의 시비가 서 있습니다.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


계룡산은 아니겠습니까. 계룡산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충청 땅에 살든, 충청을 떠나 다른 곳에 살든, 충청하면 가장 먼저 계룡산을 떠올립니다. 충청인에게 계룡산은 어머니입니다.


이 땅에 사람을 잉태하고 오랜 세월 넉넉함으로 키워냈습니다. 골짜기마다 젖을 내어 먹여 살찌웠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지척에 가서도 만나지 못하고 철조망에 막혀 돌아선 지가 벌써 46년입니다. 이제 만날 때가 되었습니다.


삼불봉 관음봉을 가면 됐지, 꼭천황봉을 가야 계룡산인가? 하고 묻는 이도 있습니다. 계룡산의 높이 해발 845.1m는 천황봉의 높이입니다. 천황봉을 오르지 않고는 계룡산을 올랐다고 하지 못합니다.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닭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계룡산이라고 했답니다. 천황봉을 보지 않고는 계룡산을 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천황봉이 계룡산이요, 계룡산이 천황봉입니다.


계룡산은 이름난 산, 명산(名山)은 아닙니다. 예로부터 명산이 아니라 영산(靈山)이라 불렸습니다. 영험한 산이란 뜻이지요.


지리산에서 시작한 산맥은 북쪽으로 700리를 오르다 계룡산에 이르러 남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산태극(山太極)이지요. 계룡산을 싸고 흐르는 금강의 지류는 북쪽으로 거슬러 흐르다 계룡산을 휘돌고는 400리를 역류해 금강의 원줄기와 만납니다. 수태극(水太極)을 이루는 것이지요.(‘계룡산’ 정종수. 1998)


그래서 계룡산을 ‘산태극 수태극의 길지’라고 합니다. 계룡산의 주능선이 태극모양이라 하고, 태극은 만물의 시원(始原)이니, 계룡산은 ‘새 세상의 중심’으로 꼽혀왔던 것입니다. 산의 정기도 예사롭지 않아 나라가 어지러울 때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 정기가 용솟음쳐 충청 땅 곳곳으로 콸콸콸 흐르게 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쳐진 철조망을 걷어내어 그 정기가 충청인 모두를 흠뻑 적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충청인 가슴을 짓눌러온 응어리를 풀어내야 합니다.


충남도백을 하겠다고 나선 양승조, 이인제 후보 중에 누구 천황봉을 열겠다는 사람 없습니까. 만약 나에게 충남지사 투표권이 있다면 천황봉을 열겠다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습니다. 충남 분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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