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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 맞는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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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04 17: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사이에 맞는 올 현충일은 감회가 남다르다. 나라를 빼앗기는 국치나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없기를 다짐하는 건 예년과 같지만, 올해는 핵 없는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 땅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말끔히 걷히기를 우리는 희망하고 소망한다.

전쟁종식과 평화정착은 순국선열,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평화 분위기만 보고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소홀히 여기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역사적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1950년 6월 25일 북한 김일성의 기습 남침으로 국토는 참화에 휩쓸렸다. 3년1개월을 끈 이 전쟁으로 모든 것은 잿더미로 변했고 수많은 인명이 살상당했다. 국군 전사자와 실종자만 17만여 명, 부상 45만여 명이고 민간인 사상자와 행방불명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전쟁미망인 20만여 명과 고아 10만여 명의 상처도 깊다.

일제강점기에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도 부지기수다.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킨 이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 등 애국하는 방법은 비록 달랐지만 이들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자들이다.

대한민국이 지금 같은 국력, 지금 같은 국위를 다지고 떨쳐오기까지 위기 때마다 몸 바쳐 구국의 선봉에 선 이들 애국자들이 있었다. 6일 제63회 현충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날을 앞두고 우리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동상 아래 새겨져 있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키워온 힘과 정열의 원동력, 원천임을 거듭 확인한다. 그렇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로 시작하는 현충일 노래 가사 그대로다.

현충일은 그러나 점점 잊혀가는 추모일이 돼간다는 게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존경심과 예우가 점차 퇴색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기(弔旗)를 게양하지 않는 집이 많은가 하면 ‘노는 날’로 여겨 골프장과 유명 관광지·유원지는 북적거리고 고속도로의 교통체증도 여전하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현충일은 국가공휴일이지만 국경일은 아니다. 현충일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의 날이기 때문에 국경일(국가의 경사)이 아니다. 현충일에 자주 듣는 순국선열(殉國先烈), 호국영령(護國英靈)은 뜻의 차이가 있다. 순국선열은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고, 호국영령은 국가의 부름으로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가 희생된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했다는 점은 같다.

현충일은 우리 역사의 영광과 아픔을 함축하고 있다. 선열들은 민족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외적이 국권을 강탈하고 동족에게 총칼을 겨누었을 때 조국의 독립과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뿌렸다. 우리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풍요를 누리는 것은 호국영령의 희생이 초석이 됐다. 이러한 역사의 거울을 직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정신을 잊고 산다면 꽃다운 나이에 이름 모를 산하에서 앞서 간 이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지방선거 등에 묻혀 호국보훈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애국자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신념과 열정에서 온 몸을 바쳤지만 이를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 기억하고 보훈을 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책무다. 대한민국을 소중히 지킨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싶은가. 그러려면 태극기부터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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