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 7번 출구 앞에서 대전현충원에 가려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셔틀버스는 오지 않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이 3시간 째 뙤약볕에서 1000여 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부산에서 남편과 함께 왔다는 참배객 송 모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10시 30분에 이 곳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만 믿고 현충원역에서 내리지 않고 월드컵경기장역 7번 출구로 나왔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셔틀버스는 오지 않고 기다리는 참배객들은 점점 불어나 1000명을 넘어섰다. 3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 마냥 셔틀버스를 기다리기만 했다.
기다리다 못한 송 씨는 대전시, 국가보훈처, 대전지방 보훈청 등 관련 기관에 전화를 했다.
간신히 연락된 것이 대전시청 당직실. 속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대전이 왜 이렇게 됐냐? 시장은 뭐하고 있고 전국에서 사람들 모아 놓고 골탕을 먹이냐"고 30분간 항의를 했다.
송 씨는 "아버지께서 대전 현충원에 계시는데 그동안 매년 참배를 와도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 행사가 됐으면 더욱 잘해야지. 참배객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1999년 이후 19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 추모식이 이날 오전 열렸다.
대전시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6일 제63회 현충일을 맞아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는 참배객들의 이동편의와 교통 혼잡 예방을 위한 특별교통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개최되는 이번 중앙추념식 행사에는 국가유공자, 유족 등 1만여 명의 보훈가족을 포함, 총 8만4000여 명이 대전현충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대중교통 수단마저 마비됐다.
10시 50분부터 40여분간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전용차로마저 통제가 되면서 차들의 운행이 정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멈춰 버렸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용차로 교통통제에 대해서는 대전시 권한 밖의 일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셔틀버스 운행하지 못한 부분은 안내를 했지만 잘 전달이 되지 못한 것 같다"는 책임을 다른 기관으로 돌리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송 씨는 3시간을 기다렸다가 오후 1시 20분께 셔틀버스를 탔지만 역시 조금 움직이다가 다시 길에 섰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현충원으로 가는 전용차로에 막혀있던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지 시작했다.
제63회 현충일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많은 참배객들은 참배를 하지 못하고 월드컵경기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