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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희 작가 - 모호한 경계 중압감, 은압스티커로 '울타리' 형상화

이응노미술관 2018 아트랩대전② 이선희의 '자립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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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17 16:59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 기도하는 동안 쌓여가는 촛농에서 모티브를 얻은 뜨개작업 '자립의 시간' 앞에 선 이선희 작가.(사진=정완영 기자)

아트랩 대전(ARTLAB DAEJEON)은 이응노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지난해 이어 올해 오완석, 이선희, 권영성, 이재석, 이윤희, 이상균 등 6명의 작가를 뽑아 5월부터 10월까지 전기공간을 마련해 준다. 회화, 조소, 사진,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시각예술분야에 실험적인 작업에 열정있는 작가들을 지원한다. 젊고 창의적인 작가들에게 예술인으로서 경력에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시를 시작하는 6명의 작가를 만나 작품세계를 들었다.<편집자주>

[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결과물보다는 과정과 의미를 중요시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수행적 태도로 작은 은압스티커를 천천히 붙여 작품 'The present'의 울타리를 만들면서 밸런스를 많이 생각했다"

'present'라고 찍혀 있는 27㎜ 크기의 둥근 은압스티커 2만 1000여 개가 전시실 벽에 거꾸로 선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선희 작가는 4년 전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이 작품전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했다. 결혼준비 마지막에 청첩장을 보내기 위해 은색스티커로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결혼 전에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모호한 경계와 중압감을 느꼈다.

이 때부터 은압스티커를 모티브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작업을 하는 것에 천착했고, 작가의 작업은 줄곧 '치유'에 그 초점이 맞춰져왔다.

다른 하나는 뜨개작업이다. '진부하지만 그것이 진심'이라는 제목의 작업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했던 텍스트 위주의 작업에 뜨개질이라는 수공업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쓴 편지를 토대로, 수거한 옷을 재단하고 뜨개질해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천으로 재탄생한 텍스트(text)는 공예라는 또 다른 문맥(context) 속에 놓인다.

이 시기 위안과 치유의 언어가 텍스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앓던 모든 것'은 '덮어주기'라는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헌 옷을 한 코 한 코 꿰어 완성한 편물로 건물과 바닥을 덮는 이 작업은 한때 누군가의 소유였던 옷을 엮어 새로이 창조한다는 점에서 타인과 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이번에 아트랩대전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뜨개편물 외에도 다양한 소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했다.

'자립의 시간'은 기도하는 동안 쌓여가는 촛농에서 모티브를 얻은 뜨개작업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이 작품이 놓이면서 이는 도상학적인 동시에 형식적인 요소로 자리 잡는다.

▲ 'the present' 은색형압스티커, 현장설치 2018.

전시장의 네 벽면과 복도를 두른 은색의 스티커는 청첩장을 접고 봉투에 스티커를 붙였던 기억에 착안한 것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기술(記述)이다. 이처럼 뜨개편물과 스티커는 전시장 내에서 완벽하게 미학적이고 표현적인 요소로 기능하면서, 개인의 경험을 의미있게 구체화시킨다.

뜨개질과 같은 공예활동은 오랫동안 여성의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바느질이나 천조각 잇기(piercing), 코바늘로 짜기(hooking), 퀼팅과 같은 기술은 전통적인 수공예에 해당한다. 예술에서도 장식미술을 하위계급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여성미술가들이 노력해온 바 있다.

미리엄 샤피로(Miriam Schapiro, 1923~2015)의 페마주(femmage)와 같은 작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작가의 뜨개작업 또한 일차적으로는 작가로서의 자기정체성과 오래된 전통을 결합시키려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나아가 타인의 삶에 위안을 주고자 하는 것, 이는 강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과거를 엮어 미래를 제시하는 동시에 창조자로서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이 작가는 "이번 아트랩전이 '랩(LAB)'이라는 전시명처럼 전시실을 사용에 거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은압스티커를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은색은 묘한 힘이 있어서 어떤 때는 회색으로 보이고, 어떤 때는 은색으로 빛이 나기도 하고, 흰색과 함께 있으면 잘 드러나지도 않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작가는 충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으며, 현재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17년 '살아갈 날들을 위한 어제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졌고, 청주시립미술관 및 아트센터 쿠(Koo)에서 그룹전을 열기도 했다.

이선희 작가의 전시회는 7월 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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