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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벽에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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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28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어제 저녁에는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빗속을 뚫고 당진까지 운전하여 지인 모친상에 문상을 다녀 와 피곤하기도 했고, 저녁 모임 때 조금 과식한 것이 피로를 과중시켰던 모양이다. 한 시간 일찍 자면 어김없이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찍 자도 한 10시쯤 자야 한다. 너무 일찍 자면 너무 일찍 일어나 아침 후가 다시 피로에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났으니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일어났다. 그토록 심하던 가뭄에 단비가 내렸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려 농작물 걱정이 되었다. 삶에는 우산장수와 나막신 장수의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처럼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안와도 걱정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삶의 한 언저리에서 인간에게 주는 걱정의 축복일 수 있다. 만약 그런 걱정이 없다면 인간은 더욱 나태해지고 온갖 문명을 발전시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집안에 고인 약간의 더위를 달래려고 모든 창을 열었다. 아내는 더위를 느꼈던지 잠결에 시원하다고 좋아했다. 우리 집은 아파트 이층이라 창 근처까지 나뭇가지들이 뻗어 마치 단독 주택정원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 들면서 아파트의 고층이나 중간층을 사는 것보다 2-3층을 사는 것도 참 좋은 일이란 생각을 가끔 한다. 수목들에게 대화도 하고 그들이 주는 냄새와 메시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수목들을 사람의 마음을 각박함에서 벗어나게 한다.

창을 여니 새들의 노랫소리가 서재로 몰려온다. 희미한 가로등이 있지만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새들의 노랫소리는 잠든 나의 의식을 깨운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서 무리를 지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동료들과 즐거움과 사랑, 각자의 위치에서 먹이들을 가리키며 안내하고, 서로 격려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지저귀는 그들의 소리에 한참 동안 취했다.

새들은 인간보다 부지런하며 서로 어울려 지낼 줄 아는 영물이다. 누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머리’라고 했던가? 내 생각엔 새들은 머리가 좋고 특히 종족과의 우정과 화합과 공존을 위해 노래하고 즐기는 영물 같다. 그러나 인간들은 늘 자기 이익을 우선하고 다투며, 권력을 놓고 투쟁하고 독점을 하려 한다.

얼마 전 지방 선거가 끝났다. 전국이 온통 푸른색으로 도배를 했다. 과거 정권을 단죄하는 의미도 커 그럴 수도 있다지만 해도 너무할 정도로 싹쓸이를 했다. 지난 정권에 대한 분노도 그만큼 컷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밖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이든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조차 ‘싹쓸이 한 정권이 모든 것을 휘두를까’ 걱정을 했다. 정말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중앙과 지방을 모두 장악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자기들의 정치 철학과 이념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갈 수 있어 좋겠지만, 그런 점에서 승자는 기쁨에 넘칠 수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독선과 오만에 빠지기도 쉽다.

항간의 남녀노소의 말에 담긴 걱정을 빌리면, 국정농단 세력과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집단을 응징한 것은 통쾌하지만 모두를 장악한 정권이 오만해질까 걱정을 한다. 나도 역시 절대 지지를 받는 권력은 절대 오만해질 수 있고 절대 부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발 오만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오만해지면 나라는 다시 혼란에 빠지고 민심은 그들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집권 세력들이 새소리를 듣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새들은 서로를 부르며 사랑하고, 관용하며 화합하고 공존의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아침 새소리에는 예양(禮讓)의 미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집권세력이 승자로서 예양(禮讓)의 미덕을 가진 정치를 한다면 세상은 공존의 아름다운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서(恕)를 떠올렸다. 서(恕)는 공자가 말한 사람을 계급이나 신분, 명령과 지시, 경쟁과 지배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 사랑의 중심 개념이며 정치 철학이다. 따라서 서(恕)로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태평을 이룰 수 있다. 논어를 펼쳤다. 서(恕)의 중심 내용의 하나로 예양(禮讓)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었다. 공자가 말했다. “누가 예(禮)와 양(讓)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가? 무슨 문제가 있는가? 만약 예(禮)와 양(讓)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면 예양(禮讓)은 무엇에다 쓸 것인가?(子曰 能以禮讓이면 爲國乎에 何有며 不能以禮讓으로 爲國이면 如禮에 何리오)(논어 리인 13)

예절과 겸양은 아랫사람들만 지켜야 하는 덕목이 아니다. 특히 윗사람이 지켜야할 덕목이다. 예절과 겸양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상하좌우가 서로 공경하고 화합하여 다툴 일이 없다. 따라서 평화의 시대가 온다. 그러나 예절과 겸양을 버리고 나라를 다스린다면 상하좌우가 서로 공경과 화합을 버려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겸양의 양(讓)은 예를 뒷받침하고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덕목으로 예와 함께 나란히 지켜야할 덕목이다. 예와 양 둘 사이는 친근성이 있으면서도 함께 하여야 완성된다. 예는 보편적인 법도와 질서를 존중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며, 양보하고 존중하는 겸양의 미덕이 함께 하여야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예는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요. 양은 쌍방 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상호존중을 낳는다. 이 둘이 서로 조화와 화합을 이룰 때 비로소 위국(爲國:나라를 위함)할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침마다 백악관 정원의 새소리 듣기를 좋아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아침상을 차리는 주방 아주머니가 딱따구리에 대해 궁금해 하자, 딱따구리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오늘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문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들이 아침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바래본다. 새들은 절대 승자 독식을 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안내하며 예의와 양보로 존중하고 화합하며 공존의 길을 찾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정치 종식과 승자 예양의 미덕을 발휘하는 화합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민생을 살피고 위국하는 공존하는 길을 열기를 바란다. 지금도 새들의 노랫소리는 들린다.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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