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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만에서 만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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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01 16: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지난 6월 29일과 30일에 충청남도 부여에서 모임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주최로, 외국 청소년의 방한[訪韓] 교육여행 유치 확대에 기여하여,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4박 5일 동안 대만 문화연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지방교육여행 정보 공유 및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보고회 자리였다.

보고회 일정을 정성껏 준비한 부여군청의 임영철 주무관님을 비롯하여 대만에서 같은 방을 사용했던 광주시교육청 이태영 장학사님, 동년배에 동향인 서울이태원초 김영철 교장선생님, 미국인 파견교사 Laura Laforest와 동행한 김해제일고 한상숙 선생님, 대구계성고 유창열 부장님과 시흥시청 김정효 주무관님…등등, 마치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난 것처럼 서로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는 대만 문화연수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24명이 참여했던 대만 문화연수단에는,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기관 관계자까지 두루 포함되어, 참가자들의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기관마다 실천 사례가 다르다 보니 정보 교환뿐만 아니라 벤치마킹할 내용도 많았다. 관련 자료 수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대만 연수단은, 전직 교장이신 한국교육여행협회 최정덕 부회장님과 김남훈 팀장님께서 인솔해 주셨다. 타이베이(大北)에서 시작하여 타이중(台中)·르웨탄(日月潭)·타이베이·화롄(花蓮)·이란(宜蘭)을 거쳐 타이베이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였다. 한국의 관광회사에서 작성한 일정표를, 대만국제교육교류연맹 소속의 교장 선생님들께서 재조정했다고 한다.

대만의 타오위안(桃園)공항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의 입담은 우리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가이드의 별명은 왕뻥(?) 또는 아벌구(?)라 불리었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한다고, 사람들이 붙여주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디스하며, 축제 때 폭죽 터지듯이, 우리를 웃음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는, 2013년 9월에 가수 써니를 비롯하여 이순재·신구·백일섭·박근형·이서진이 출연한 tvN ‘꽃보다 할배’와 2017년 11월에 비(정재훈)를 비롯하여 김성주·안정환·정형돈이 출연한 JTBC ‘뭉쳐야 뜬다’의 대만 지역 촬영 때 안내를 맡았다고 했다. 아시아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7월 대만 공연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5월 30일 오전 11시 40분, 대만에 도착하여 처음 찾아간 곳은 국립신죽과학원구 실험고등학교였다. 교장 선생님과 우리나라 교포학생 2명이 맞이했다. 학교를 둘러보다가, 1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군데군데 모여,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는 모습을 봤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틀째에는, 르웨탄(日月淡)과 현광사 그리고 구족문화촌(九族文化村), ‘타이베이 101 타워’를 둘러봤다. 사흘째에는, 기차로 화련역(花蓮驛)에 도착하여 타이루거협곡(太魯閣峽谷)과 장춘사(長春祠), 자모교(慈母橋)를 만났다. 나흘째에는 동산하친수공원(冬山河親水公園)과 국립전통예술중심, 야류지질공원 관람과 스펀(十分) 마을에서 천등 날리기를 하였다.

마지막날에는,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과 중화(中華) 문화의 보고(寶庫) 70여만 점이 소장된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에 들렀다. 예상외로 관광객이 붐비지 않았다.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 사람들의 단체관광이 뚝 끊겨서 그렇단다.

가이드가, 중국의 8천년 역사 연대표 앞으로 모이라고 했다. 나는, 그동안 박물관과 관련된 추억이 없고, 유물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라, 연수단 맨 뒤에 섰다.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며 귓전으로 듣고 있었다. 상아투화운룡문투구(象牙透花雲龍紋套球)는, 하나의 상아로 공 속에 공을 파서, 17개의 공이 3대에 걸쳐 만들어졌다기에 솔깃했다.

가이드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중국의 역사와 유물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 일화가 전해지는 취옥백채(翠玉白菜)를 비롯하여 진짜 삽겹살과 구별이 잘 안 될 정도의 육형석(肉形石) 등에 대한 설명이 1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전혀 지겹거나 따분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휴대폰에 담기까지 했다.

나는, 너무나 순식간에 변한 내 모습을 보며, 무척 당혹스러웠다. 아니,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 가이드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에 더욱 더 놀랐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더니, 대만에서 만난 가이드 덕분에 박물관의 유물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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