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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유류오염 사고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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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6.13 18: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2007년 11월 우리는 큰 환경재앙을 경험했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불리우는 사고로 유조선과 해상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엄청난 양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돼 발생한 사고였다. 발생원인과 책임소재를 두고 긴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법적으로는 판결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이로 인한 피해어민들에 대한 보상은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피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자원봉사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부터 학생, 군경, 공무원, 일반국민들까지 사회 각계각층이 자원봉사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고, 역설적이게도 이런 환경재앙이 모처럼 전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했고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게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사고가 났던 바닷가를 찾아 가보면 푸른 바닷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해변의 흰 모래사장, 해안의 기암괴석 등 모든 것이 외관상으로는 사고 이전의 모습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도서지역과, 해저 토양층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피서철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의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서해의 바닷가를 찾을 것이다.

당시에 피해를 입은 것은 자연경관만이 아니다.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어민들이 하루아침에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어 느낀 고통과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해를 입은 어촌과 어민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를 통계적으로 진단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어업조사와 어업생산동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어업조사는 매년 12월 전국의 연안지역 431개 표본조사구내의 6300여 어가를 대상으로 가구원사항과 어업형태, 판매금액 등을 조사하고 있고 어업생산동향조사는 매월 연근해해역과 내수면 및 원양해역에서 포획·채취 또는 양식 활동으로 생산되는 수산물의 생산변동을 파악하여 수산물의 수급정책, 수산업정책수립 등에 필요한 기초자료 및 연구 분석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먼저 2009년 어업생산동향조사의 결과를 보면 충남지역의 어업생산량은 ‘06년에 12만2000톤이던 것이, ‘07년엔 10만7000톤으로 감소했고 피해가 정점에 달했던 ‘08년엔 8만6000톤으로 크게 하락했으나 ‘09년엔 11만7000 톤으로 거의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고 ‘08년에 비해 35.7%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에 따라 충남지역의 어업생산금액도 ‘07년 3275억 원이던 것이 ‘08년에는 2661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가 ‘09년에는 4351억 원으로 ‘08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09년도의 생산금액이 ‘07년의 생산금액보다 크게 높은 것은 수산물 단가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09년 전국 어업생산량이 ‘08년에 비해 4.6% 감소했고, ‘09년 전국 생산금액 또한 ‘08년에 비해 14.8% 증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충남지역의 어업생산량과 어업생산금액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기름피해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어업조사의 결과를 보면 전국의 어가수가 ‘07년 약7만4000가구, ‘08년 약7만1000가구, ‘09년엔 약6만9000가구로 ‘08년에 비해 2.3%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반면, 충남지역의 어가 수는 ‘07년 약10만1000가구, ‘08년 약9만9000가구, ‘09년엔 약11만1000가구로 ‘08년에 비해 1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기름피해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 어가인구 또한 ‘07년 약26만9000명, ‘08년 약26만2000명으로 감소했다가 ‘09년에는 28만5000명으로 증가해 ‘08년 보다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같은 기간 동안 전국의 어가인구가 4.5%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기름피해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충남의 어가수와 어가인구가 기름피해 이전인 ‘07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 보상심리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환경이 기름피해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것처럼, 수치상으로 나타난 어업생산량, 어업생산금액, 어가 수, 어가인구 등은 기름피해 이후 크게 감소했다가 ‘09년에는 거의 기름피해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 일단 우리를 안도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름피해 지역인 태안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일본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외관상의 모습과는 별도로 아직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영세어가들도 많은 실정이고 모든 것이 피해이전으로 회복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보여 진다.

자연재해든 인간이 만든 재해든 그것을 피해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고 우리 국민들이 지난 2년간 보여준 기름피해 극복의 의지도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남은 피해극복이나 피해 어민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가 어렵다. 냄비처럼 쉽게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관심이 아니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모든 피해가 원상복구 되고 피해지역 어민들의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우리의 할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명선/충청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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