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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만 되면 떠오르는 개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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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7.18 18:43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제헌절을 맞아 여권 일각에서 현행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또 제기해 왔다. 정치권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개헌은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표출된 문제점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수렴하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데 현행 헌법이 불완전하다는데 있다.

지난 17일은 62번째를 맞는 제헌절 날였다. 이날은 지금으로부터 62년 전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만들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정치이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날이다. 헌법은 단순한 민주제도의 도입이나 국정을 관리할 평범한 권력체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평등한 존재로 서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합의와 설득에 의해 결정하는 정치체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기에 헌법 제정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때문에 자유와 평등 이념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회의 균등, 군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등이 포함된 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던 대한민국은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급속한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 보호, 형사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크게 신장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끄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경찰의 고문의혹 사건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 보여주듯이 인권의 사각지대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 있어 안타깝다. 특히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7조)을 짓밟는 집단행동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또 경제와 교육 분야에서도 헌법의 ‘기회의 균등’ 정신을 ‘기계적 평등’으로 왜곡하는 현상도 적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이나 영재교육, 특수목적고 등이 마치 평등 이념에 배치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그런 사례이다. 잘못된 평등 의식이 국가 백년대계와 교육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권리인 양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도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설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정시한(올해 6월 30일)을 넘겨 우리 사회를 야간집회 천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헌법이 연륜을 더해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반(反)헌법적 행태가 만연하고 있어 만들어진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물론 60년간의 헌정사에서 자유의 훼손이나 왜곡, 억압과 같은 저질스러운 일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의 헌법은 대한민국을 오늘에 있게 한 뿌리요 뼈대임은 틀림 없다. 이제 국회도 입법 과정에서부터 민주적 절차를 철저히 지켜 불법국회, 폭력국회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또 사법부 역시 판사들의 주관적 소신이나 특정 이념에 기울지 않는 판결, 헌법정신에 충실한 판결을 통해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

이제 제헌절을 ‘헌법을 탓해 개헌을 말하는 날’로 변질시켜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국민의 권리장전 근본법인 헌법이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를 경건히 새겨야 하는데 권력의 재창출 혹은 탈환을 위한 정치공학론으로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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