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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쓰레기 버려진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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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03 17: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옛날 동구밖에는 신나무로 불리는 나무가 정해져 있었다. 해져 신지 못하게 된 짚신짝들이 너덜너덜 걸려있어 신나무라고 불리었던 것이다.

한양가는 길목에도 80리 안팎마다 신나무가 서 있게 마련인데 새 짚신 신고 걸으면 80리쯤 에서 해진다는 까닭으로 이 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떨어진 짚신을 신나무에 걸어두지 않으면 발병이 난다는 터부가 있어 아무데나 버리지 못했다. 이렇게 신나무에 걸린 짚신쓰레기는 비를 맞고 습기에 썩어 문드러져 그 신나무의 거름으로 환원되게 했던 것이다.

원정길 떠나는 중세 유럽의 십자군 수칙에는 해진 신발 등은 반드시 불에 태워 없애도록하고 만약 그냥 버리고 가면 악마가 신게 되고 악마가 신으면 자신의 신상에 불행이 닥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쓰레기 처리문제는 동서고금이 다를게 없다. 다만 서양에서는 태워 없애는데 우리는 썩여 없앤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작은 차이같지만 이것이 한국인의 쓰레기에 대한 인식과 습관이다.

한반도는 유럽에 비해 강우량도 많고 습도도 높아 박테리아며 곰팡이등 미생물활동이 왕성하여 버려진 쓰레기를 분해하는 속도가 유럽의 그것에 비해 30배나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몇년동안 썩지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쓰레기… 하면 태우거나 묻어버리거나 소멸시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쓰레기란 함부로 버려선 안되고 또 버릴 수 없는 것으로 통념화 되었고 이것이 몸에 배어 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버리면 썩어 없어지거나 잦은 비에 씻겨 내려가기에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도 되는 것이요 버리는데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고 수천년을 살아 온 것이다. 곧 자연의 자정작용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도 되는 심성을 답습하게 된 것이다.

가족중심으로 말뚝처럼 한 곳에 박혀서 농사만 지어 먹고 살아 온 민족은 자기 집 중심의 사유공간만을 내공간으로 여겨 애착을 갖는다. 이에 비해 유목·상업을 하며 도시중심의 봉건제도 아래서 살아 온 민족은 공유공간도 내영역으로 간주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사람은 집을 두른 담이 내공간의 안팎을 가르는 경계라면 서양사람들은 성벽이 안팎을 가르는 경계가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들 집 밖에는 온 강산이 쓰레기장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린다. 차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심성구조의 두번째 이유가 이에 있는 것이다.

우리땅이 자정해 버리기엔 너무 벅찬 쓰레기의 양이고 또 자정하기엔 쉽지 않은 온통 화학제품으로 된 쓰레기의 질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계도와 과태료부과로는 이제 쇠귀에 경읽기가 아닌가 싶다.

이제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고 휴가를 가는 것인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우리 강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변 백사장마다 비닐봉지와 과일껍데기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밤늦게까지 벌어진 술판뒤에는 빈술병과 음식찌꺼기가 수북하지만 그대로 몸만 빠져 나간다.

이름 난 계곡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옆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대부분 그대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돌아오는 고속도로 갓길엔 과자봉지와 담배꽁초가 바람에 휘날린다.

2002년 월드컵대회때 온 국민이 보여줬던 양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더위만 피하고 나몰라라할게 아니다. 더위와 함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마음도 깨끗이 씻고 버려진 양심도 찾아오는 휴가가 되었으면 한다.

함께 간 내자식들이 보고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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