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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 왔으면 하는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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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08 18: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내 보유주식의 1%를 넘게 쓴다고 해도 내 삶의 질이 향상되거나 더 행복해지지 않지만 내 재산의 99%를 사회에 돌려준다면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는 것은 책임이 아니라 특권이며 행운이다’.

‘농부들이 수확 이후 땅에 비료를 뿌려 다시 기름지게 하듯 내 재산을 되돌려줌으로써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싶다’.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란 말들은 앞다퉈 거액의 기부금을 내 놓은 미국 기업인들의 기부의 뒷 얘기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신의 재산 가운데 살아 있는 동안 죽은 후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운동에 동참하는 기부자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듣는 우리에게는 꿈속의 얘기처럼 들려 미국 사람들의 기부문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업 기부금이 80%에 달하는 반면 개인 기부금은 겨우 20%에 그칠 정도다. 이 같은 기부문화는 세계 평균 개인 모금 비중 69.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때문에 우리나라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기업과 돈을 물려주는 데는 열심인 반면 자기 돈으로 기부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기부에 동참해도 우리의 부자들은 큰 사건을 겪거나 사회적 캠페인이 벌어져야 회사 돈으로 기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마디로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치는 정도로 열약하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처럼 스스로 기부운동에 나서는 한국 부자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에겐 재계의 모범적 기부자 이름이 별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기부문화는 그렇치 않다. 그들은 자기 호주머니속의 돈 절반 이상을 뚝 떼어 기부하는 것이 우리에겐 놀랍고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또 기부 예상금액도 최저 1500억달러(한화 17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60%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기부 주도자들의 대부분도 지명도가 높은 미국 재계 인사들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회장 등이 바로 기부자들의 대표 인물이다.

더구나 이들은 솔선해서 기부문화 확산 운동에 앞장섯고 미국의 억만장자들도 대거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미국 부자들이라고 재산이 아깝지 않을 리 없고 절반 이상을 사회에 내놓기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거부들의 결단은 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해주어 더욱 눈길이 간다.

이처럼 거부들의 선행은 우리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이들의 재산 기부 약속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때문에 이 운동에 주도해온 재벌들은 홈페이지 등에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힌 서한을 공개하고 후손들도 이 같은 약속을 준수하도록 도덕적 책무를 지우는 형식을 취한다고 하니 신사적 약속이여 이 또한 본 받아야 할 일 줄 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기부 행위가 없지는 않다. 80대 노부부가 평생 모은 100억원을 카이스트 발전기금으로 내놓았고 김용철옹은 전 재산 100억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은 1조6044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6%에 불과햇을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기부하면 부자보다는 평생을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돈을 몽땅 내놓은 할머니 등의 독지가가 떠오른다. 반성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민과 극빈층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진 자의 기부는 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돕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나눔은 가진 자와 상류층이 베풀어야 할 책무이자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재벌과 대기업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우리도 미국에서 불붙은 ‘기부 바이러스’가 태평양을 건너 국내에서도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도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그들의 고귀한 뜻을 빛낼 방안도 찾아 확대해야 할 줄 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개인재산을 흔쾌히 내놓는 사람이 적은 것도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개인 재산의 절반 정도를 아낌없이 내놓는 미국 부자들의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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