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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명 판사의 재판과 오늘날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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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15 18: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노인이 빵을 훔쳐먹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가 법정에서 노인을 향해 “늙어서 염치없이 빵이나 훔쳐먹고 사십니까?”하며 판사가 물었다. 노인은 판사의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흘을 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때부터 아무것도 안보였습니다”라고 답했다.

판사는 노인의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 “당신이 빵을 훔친 절도행위는 벌금 10달러에 해당됩니다”라고 판결을 내린 뒤 방망이를 쳤다. 방청객에서는 인간적으로 사정이 딱해 판사가 용서할 줄 알았는데 너무한다고 여기 저기서 슬렁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판사가 판결을 내리고 나더니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노인의 벌금은 내가 내겠습니다”. “내가 벌금을 내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벌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노인 앞에서 참회하고 그 벌금을 대신내어드리는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어서 판사는 이 노인이 재판장에서 나가면 다시 빵을 훔치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니 여기 모인 방청객 여러분도 그동안 좋은 음식을 먹은 댓가로 이 모자에 조금씩이라도 돈을 기부해 주십시요”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그자리에 모인 방청객들도 호응해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즉석에서 47달러를 모금했다. 이 재판으로 그판사는 유명해져서 나중에 미국 뉴욕시장을 역임하게 되었다. 그 이름이 바로 ‘라과디아’판사다. 그런데 이 판사는 아깝게도 뉴욕시장 재직중 비행기 사고로 순직했다.

지금은 뉴욕 시내에서 가까운 허드슨 강변에 ‘라과디아’판사의 이름을 따 공항을 ‘라과디아 공항’으로 명명해 많은 여행자들에게 편리한 시설을 이용하면서 명 판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법정에서 일부 판사가 막말 형태가 도를 넘고 있어 라과디아 판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일부 사람이 저지른 일이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이혼녀에게 막말을 퍼부어 물의를 빚었던 40대 법조계의 A판사는 지난 1월 고등법원 판사로 근무할 당시 조정절차에 소송 피고인 딸이 호흡기 1급 장애인이어서 손녀 이모(24)씨와 함께 출석한 신씨(70)에게 폭언을 한 장본인이다.

신씨가 “내용을 잘 모르니 딸이 직접 봐야 할 것 같다.”고 조정안을 거절하자, A판사는 “딸이 아픈가 본데 구치소 있다 죽어 나오는 꼴을 보고 싶으십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A판사는 “아픈 사람들이 구치소 들어가 죽어 나오는 게 한 둘이 아니거든요”라는 말을 했다.

A판사는 신씨의 손녀인 이모(24)씨에게도 “엄마가 구치소에서 죽어 나오는 꼴 보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A판사는 “진정인 측이 합의안을 거절해 답답한 나머지 재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70대 노인에게 그러한 막말을 한 것은 무슨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문제의 A판사는 지난달에는 자녀들이 낸 소송 때문에 조정과정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모(57·여)씨에게 “이혼한 사람은 말하지 마”. “이혼했잖아”. “말할 권리 없어”라고 막말도 했다. 똑똑하다는 판사의 말이 이 정도면 매우 충격적이다.

요즘 수양이 덜 된 일부 30~40대 판사가 아버지뻘, 어머니뻘 되는 어른에게 막말을 했다면 헌법, 민법 등 법은 달달 외워 사법시험에는 합격은 했을지는 모르지만 인성은 빵점인 판사다. 이런 판사가 있다면 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어 법원은 따끔한 중징계를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만약 그대로 두고 넘기면 법과 양심을 지키는 사법부의 권위가 무너 질수밖에 없다. 국민은 누구나 품격 있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 판사는 소송 당사자에게 친절하게 대응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차제에 사법부와 인권위는 습관적으로 막말을 일삼는 판사가 있더면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판사들의 막말 사례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법관 평가 조사만 봐도 변호사들이 재판 진행 과정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편파 재판’(32%)에 이어 ‘고압적 태도나 모욕’(30%)였다. 공개한 사례 중엔 “나 이 사건 참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못하겠네”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에 대해 “확 찢어버릴 수도 없고”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에게 까지 이런 식으로 대하는 판사가 일반인 소송 당사자에겐 어떤 태도를 보였을지 알 만하다. 소송을 하는 사람들은 억울하고 분한 사정을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법정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법관이 그들의 사정을 성의있게 들어주는 것 자체가 그런 억울함, 분함을 풀어주는 방법이여 따뜻한 가슴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명 판사와 같은 일이 생길런지 모른다. 늦게나마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정절차 언행 연구 태스크포스(가칭)’를 구성해 조정 중 언행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또 다음 달부터는 조정 중 언행을 비디오로 촬영해 해당 법관이 자체 평가하고 TF가 이를 분석해 ‘해서는 안 될 말’, ‘조정절차의 바람직한 모델’ 등을 마련한 뒤 모든 판사에게 성과물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촬영은 법관뿐 아니라 당사자 동의를 거쳐 이뤄지며 녹화된 내용도 내부 연구자료로만 활용된다니 일단 희망적이다.

아무튼 미국처럼 명 판사의 기발한 재판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렇지는 않겠으나 법조계에서 옛 날을 생각하는 권위의식에 적어 왔던 판사를 ‘영감님’대우를 받으려는 착각속에 빠진 법조인이 있다면 하루속히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줄 안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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