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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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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02 16: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초여름 더위가 빗줄기에 씻긴 듯 시원하다. 차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길을 운전하며 라디오를 틀었다. 조용한 음악이 날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수업을 하러 가는 길이다. 선곡된 음악이 끝나고 진행자들의 유쾌한 멘트가 나온다. 벌써 1년의 반이 지났고, 한 달, 두 달 세면서 12월도 금방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6·13 지방선거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7월 1일부터 민선 7기가 시작되었다. 2016년 말,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1년 1개월만의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투표로 답을 하였다.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에 최고치로 투표율은 60.2%였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선거 후 투표결과에 대해 한 전문가는 촛불시위로부터 시작된 국민의 관심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져 투표율이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보공개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1명이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버려진 비용은 2만5000원이라고 한다.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 56.8%를 가정할 때, 투표 불참으로 인해 버려지는 세금은 4622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투표를 하면서 비용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상상도 못할 금액이었다. 또한 유권자 4290만 명이 사용한 투표용지를 높이로 쌓으면 30km로 백두산의 10배를 넘고, 한반도 길이의 50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선거는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나라의 막대한 예산이 사용된다. 투표용지와 후보자의 선거벽보와 공보에 해당하는 종이의 무게는 모두 1만 4728톤으로 25만 376그루의 나무에 해당된다. 이 나무를 다시 땅에 심으면 독도의 4.5배 규모에 이르는 숲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지역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홍역을 치르고 새로운 리더에게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지방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지역 주민을 대표해서 일상의 시계가 초침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해당사자들과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의회, 중앙정부 더 나아가 민간부문과의 설득과 협력을 통한 능력을 펼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지역 주민을 위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지역 리더의 말 한마디와 행동은 주민을 향해 있고, 지역 주민들은 곳곳에서 예리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역 리더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주민들이 거는 기대와도 맞물려 있다.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풀은 잔뿌리가 많은 데, 이 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 식물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처럼 지역 곳곳의 작은 문제뿐 아니라 주민들과 밀접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이러한 별칭에 걸맞게 민선 4기는 지역마다 새로운 각오로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을 반영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출발했다.

내가 있는 지역은 인구 10만정도의 지방으로 외국인 거주비율도 높은 편이다. 각 읍면마다 경제 발전의 편차도 다르다. 그 중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군청소재지인데도 경제발전은 더딘 편이다. 저녁 8시인데도 음식 배달이 안 되고, 시내 중심에도 사람의 통행이 한산한 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나와 다르지 않을 테지만 체감하는 것은 지역경제가 너무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리더의 눈길이 닿길 바란다. 지역 주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두루 두루 살피고, 잔뿌리에 스며드는 물과 양분으로 튼실한 나무를 키워 숲을 볼 줄 아는 리더를 희망해 본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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