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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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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08 16: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가 시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2주 전부터 이불 빨래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하늘이 영 도와주질 않고 있으니 참으로 장마가 섭섭하다. 

장마라는 단어는 무더위의 시작이자, 바캉스의 시작을 알리는 여름의 전령사이다. 우리나라는 오호츠크해 기단의 찬 공기와 북태평양 기단의 따뜻한 공기의 충돌로 특히 6, 7월에 비구름이 많이 생기고 그 결과로 집중 호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장마는 거의 한 달 내내 내리는 비라 주부들에게는 사실 지겨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강수량이 6~8월에 집중되는 지라 이 시점에서 비가 오지 않으면 그해는 가뭄으로 농사일이 어렵게 되고 물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실제로 2014년, 2015년에 한반도의 심한 가뭄으로 인하여 그 당시 강원도에는 생활용수 부족과 식수 비상으로 소방차로 식수공급이 제공되기도 하였다.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의 98%는 비와 관련되어 있어서 국가별로 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대 정치권들도 수자원 관리에 많은 세금을 그동안 투자했었고, 어떤 정권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우리나라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 16개 보를 만들어 홍수와 가뭄에 대응할만한 넉넉한 저수량을 확보하기도 하였다.

장마의 순수한 우리말은 ‘오란비’인데 그 의미는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라는 것이며, 중국에서는 매실이 익어갈 무렵에 내리는 비라고 해서 '메이유(梅雨)' 라고도 한다. 옛날 함경도 갑산의 갑산 처녀들은 장마가 짧으면 마(麻) 대를 잡고 흔들면서 눈물지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장마가 짧으면 마가 덜 자라 흉마(凶麻)가 되고, 흉마가 되면 삼베의 가격 하락으로 오랑캐에게 갑산 처녀들이 팔려갈 수도 있었으므로 그래서 처녀들은 장마철이 되면 '마야, 어서 자라다오' 라고 울부짖었고 여기서 ' 장마(張麻)'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충청도 보은(報恩)에 사는 처녀들은 장마가 길면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대추의 고장인 보은에서 대추는 처녀들이 시집갈 혼수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밑천이었는데 긴 장마는 대추를 영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태국에서 이름 지어진 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는 ‘비를 관장하는 신’이라는 뜻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태풍에는 이렇듯 늘 이름이 있다. 그 이유는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도 있고 동시간대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통상 ‘태풍'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기예보에 혼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여러 의미의 태풍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처음 시행한 것은 호주의 기상청 예보관들이었는데 그 당시 호주 기상청 예보관들은 자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여서 태풍 예보를 하였다고 한다. 

그 후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제2차 대전 이후이며 2000년 이후에는 태풍이름을 태풍위원회 회원국에서 고유한 이름으로 관리하게 하였다. 태풍의 이름 선정은 각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하여 140개의 태풍이름이 28개씩 5개 조로 구성되고 이중 연간 태풍이름이 30개 정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체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대략 4-5년의 시간이 걸리며 .우리나라 태풍이름으로 현재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미리내, 메기, 노루, 독수리가 있다. 사실 독수리라는 이름은 원래 나비에서 바뀐 것으로 2005년 우리나라 태풍이름 나비가 일본에 엄청난 재해를 일으켜 태풍위원회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이름 나비를 퇴출시키고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치하게 된 것이다.

오늘도 하늘에서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마침 방학이라 나에게 있어 심적으로는 여유가 좀 있는 지라, 오늘 저녁에는 식구끼리 소박한 막걸리 한 잔에다 얼큰한 김치전으로 세월을 훔쳐야 될 것 같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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