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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꿈을 엿보는 초록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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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15 16: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 겸임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 겸임교수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학과 함께하는 음악의 열기가 청주맹학교 교정에 가득하다. 음악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기쁨과 환희,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어 준다. 

우리 인류가 유지해 온 여러 정신 활동 영역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문학은 모든 예술의 출발이자 문화 전반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은 인간이 인간 답게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에 삶은 문학이고, 문학은 삶이라고 했나 보다. 

인간의 정신을 다루고 있는 영역은 문학 외에도 철학, 역사, 심리학 등이 있지만 문학만큼 구체적으로 개인과 사회에 작용하는 것은 없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가장 먼저 불을 지피는 공간이며, 동시에 인간 세계를 가장 마지막까지 정신의 등불로 조명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며칠 전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는 ‘우리 음악과 춤이 함께 어울리는 꿈과 희망’을 주제로 시각 장애인을 위해 사물놀이와 민요, 대금, 한국무용 등 우리의 전통음악을 선사했다. 앞을 볼 수 없는 그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첫 만남의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정성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다. 첫 무대는 전문국악예술단이 출연해 기원무춤과 우리소리 가락으로 흥을 돋우었다. 

이어 ‘사랑의 이야기’, ‘쉽게 씌어 진 시’, ‘별 헤는 밤’ 시낭송은 학생들에게 살아 숨 쉬는 꽃잎에서도 봄날 오후 햇볕처럼 따뜻한 사랑을 느끼는 사랑의 이야기가 가슴에 밀려오는 듯한 감동을 자아냈다.

문학평론가인 석학의 ‘상상력을 키우는 문학세계’의 특강은 한마디로 ‘사랑의 언어’이다. 사랑은 온도가 존재한다. 그 온도는 따스함과 차가움으로 구분된다. 또 하나 미지근한 온도도 분명 존재한다. 차갑고 미지근한 언어를 지양하고 오로지 따스한 언어로 사랑의 온도를 지향할 때 감동의 메아리가 솟구친다. 

한편 대나무에는 아무리 물을 주고 볕을 쬐어도 성장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이를 ‘모죽(毛竹)의 시간’이라고 한다. 대나무는 죽순이 시작되기 전에 모죽에서 뿌리를 내리고 넓히는 데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사실은 성장을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대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여 30m까지 자란다. 성장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을 모죽의 시간으로 부른다. 비록 잉여시간으로 보일 지라도 그것을 모죽의 시간으로 여길 줄 아는 것이 인내하며 성장하는 겸손의 사랑이라고 역설했다. 

전통 음악은 그 음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이가 있고 은은한 여운이 이어져 마치 우리의 국민성을 대변해 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악 공연을 통하여 시각 장애 학생들의 생활이 아름답게 깊이를 더하고 끝없이 행복한 시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한번은 청주맹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브라스 앙상블 팀의 Call of Brass, Eres tu(그대 있는 곳까지), Wiener March, 3곡을 연주하여 감동의 물결을 이룬 것을 기억한다. 지휘자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들려주는 브라스 앙상블의 연주는 무한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마지막 무대는 한국 무용의 선을 살린 춤을 아리랑 소리에 맞춰 공연했다. 화려한 오방색으로 된 한복을 입고 나온 무용단 일행은 시각 장애인 학생들이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한량무춤, 도라지춤마당을 펼쳐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준 높은 연주와 가락, 아름다운 춤사위로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미래를 열어 가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사랑을 전해 주는 ‘꿈을 엿보는 초록한마당’ 희망의 팡파레가 되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긴 공연에도 흥이나 어깨를 들썩이며 손으로 장단을 맞추고 온몸으로 율동하는 학생들이 사랑스럽다. 감동이 북받쳐 속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확인하는 자리여서 그 시간이 더욱 행복했다.

이번 국악공연에 시각 장애학생들로 구성된 브라스앙상블도 참여시켜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도록 기획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의 전문 음악인과 문학가, 국악인이 펼친 ‘다함께 꿈을 키우는 문학콘서트’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더불어 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여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들이 흘린 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물어 우리 사회를 조화롭게 만드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확산될 것이다.

청주 맹학교에서 펼친 ‘꿈을 엿보는 초록한마당’은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 기획진에게도 꿈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소통의 한마당이었다.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함께 정성을 기울인 교직원들의 환한 모습에서도 초록마음이 한껏 묻어난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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